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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과 비행술’ 물의 도시를 관통하다

입력 : 2015-05-08 01:03:41 수정 : 2015-05-08 01: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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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세계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개막을 사흘 앞둔 6일(현지시간) 한국관이 개관했다. 이날 이탈리아 베니스 시내 자르디니 공원에서 열린 개관식에는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국내외 미술계 인사, 작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한국관이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사전 공개 행사에도 방문객이 몰려 올해 20주년을 맞은 한국관에 대한 현장의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관이 내놓은 작품은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이다. 이숙경 커미셔너(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의 주도로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제작한 이 작품은 유리벽과 곡선형벽 구조인 한국관에 10분20초짜리 7개 채널이 영상으로 설치된 작품이다. 종말적 재앙 이후 지구의 육지 대부분이 물속에 잠겨 한국관이 부표처럼 떠도는 상황에서 한 인물이 겪는 이상한 경험과 의도된 만남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관은 개관 전부터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 피가로 등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영국의 서페타인갤러리 공동 디렉트 줄리아 페이튼 존스 등 해외 유명 인사들도 전시장을 찾았다. 홍라희 리움미술관장도 개관 전날 전시장을 방문했다. 권 위원장은 개관 전 인사말을 통해 “위상이 높아진 한국 미술이 세계와 교류하는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6회째를 맞은 베니스비엔날레는 오는 11월22일까지 6개월 동안 계속된다.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주제로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저위 총감독이 주최하는 본 전시는 한국 작가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이 초대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 작가기 본 전시에 초청된 건 6년 만이다. 주로 비디오,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와 내러티브 구조를 이용해 작업해 온 김아영의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 기름을 드립니다, 쉘3’는 전시장에서 공개된 이후 현장 프리뷰에서 관객이 줄지어 관람했다. 이 작품은 자본, 중동 근로자, 문명사 속의 석유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물질이자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와 이를 둘러싼 국제외교, 초국적 정유회사 등에 대한 자료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구현한 실험적 내러티브 작품이다.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식에서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본 전시에는 일본, 독일 등 53개국 136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한다. 이 가운데 89명이 처음 참가한다. 이숙경 커미셔너는 “올해 출품작들은 다양한 영상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시네마틱 랭귀지’적인 작품과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정치적 문제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 등 공공성과 동 시대성을 호소하는 작품들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비엔날레 조직위에서 인정하는 병행 전시로 벨기에 보고시안재단이 주최하는 ‘한국의 단색화전’도 팔라조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개막했다. 보고시안재단은 1992년 로버트 보고시안과 그의 두 아들이 브뤼셀에 설립한 비영리 문화재단이다. 한국의 단색화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가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가 초빙 큐레이터로 기획을 맡은 이번 단색화전에는 1970년대 후반 이후 각자의 작품 세계를 살려 단색화를 구사해 온 박서보·정상화·하종현 등 대표작가 6명의 작품 70여점이 출품됐다. 행사를 마련한 국제갤러리는 “1970년대 한국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되는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을 전 세계 미술인들에게 선보이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설치미술가 이매리는 상하이 히말라야 뮤지엄 주최로 개인전을 연다. 이 밖에 22개국 40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나인 드래곤 헤즈’에는 박병욱·유정혜·신유라 등 한국 미술가 10여명이 참가하는 등 다양한 한국 미술이 베니스에서 소개된다.

베니스=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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