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 24일 방송 1000회를 맞는다. 주 1회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20년간 이어져 1000번째 방송하는 것은 한국 방송 역사에도 드문 일이다.
1995년 시작한 KBS 고미술 감정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 24일 1000회 특집을 방송한다. KBS 제공 |
TV쇼 진품명품 이낙선 책임프로듀서는 “주변 골동품을 다시 보게 됐다는 시청자와 역사를 좋아하게 됐다는 어린이까지 다양한 시청소감을 접하고 있다”며 “지나간 역사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알아주는 시청자들이 있어 늘 감사하다”고 1000회 녹화 소감을 전했다.
TV쇼 진품명품은 스튜디오 감정과 출장감정 두 가지로 구성된다. 회화, 도자기, 고서, 민속품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스튜디오에서 3종류의 의뢰품을 감정하고 매주 지방을 방문해 골동품을 직접 찾아간다. 이렇게 1000회 동안 소개된 작품만 스튜디오 4000여점, 출장감정 5000여점으로 모두 9000여점이다.
역대 최고 감정가를 받은 유물은 2011년 7월24일 방송된 ‘석천한유도’다. 1748년 화원 김희겸이 조선시대 무신 석천 전일상을 주제로 그린 풍속화로 15억원이 매겨졌다. 풍속화로는 드물게 실존인물을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2004년 6월27일 방송에서 감정가 12억원을 받은 ‘청자 상감 모란문 장구’다. 상감기법의 전성기에 제작된 청자 장구로 가치가 높다.
제작진은 “감정가가 곧 유물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TV쇼 진품명품을 통해 방송되는 모든 작품은 유물로서 가치가 충분하며 감정가를 매기는 것은 프로그램 구성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안중근 의사가 1910년 사형 집행 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 ‘경천’도 2009년 12월20일 이 프로그램에서 공개됐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 담긴 글로 큰 감동을 줬다. 감정위원이 “감히 감정가를 매길 수 없다”며 감정가 0원을 줬다는 소문도 전해지지만 실제 방송에서 6억원에 감정가가 매겨졌다.
TV쇼 진품명품이 20년 동안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방송 초기 한국고고학회가 “문화재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폐지를 주장했고, 1997년과 1999년 감정위원으로 몇 차례 출연했던 사람들이 고미술 관련 사기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뢰성 논란도 일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진행자 교체 문제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1000회까지 방송이 이어진 데 대해 제작진은 “‘문화재는 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TV쇼 진품명품이 없었다면 그 많은 문화재들이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우리 주변의 옛 물건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의뢰되는 작품의 수와 종류는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TV쇼 진품명품의 문을 두드린다.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회화분야 감정위원을 맡은 진동만씨는 “유물을 엿바꿔 먹던 시절에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이제 일반인들도 고미술의 가치를 알아보게 됐다”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조상들의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도록 사명감을 갖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감정을 계속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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