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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이식수술 논란 ③] 스피리도노프에게 '천국'을…문제는 없나?

입력 : 2015-06-21 10:00:00 수정 : 2015-06-21 10: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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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스피리도노프의 머리 이식수술 문제는 기술적인 면과 윤리적인 면으로 나뉜다.

기술 문제는 면역 거부반응과 수술 부작용, 의료진의 능력과 회복과정 등을 뜻하며, 윤리 문제는 수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에 끼칠 영향 그리고 회복 과정에서의 정체성 형성 등이다.

‘면역 거부반응’은 1970년 미국 로버트 화이트 박사의 원숭이 머리 이식수술에서 나타났다. 그는 원숭이 두 마리의 머리와 신체를 맞바꾸는 수술을 했는데, 새로운 머리를 얻은 원숭이가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켜 10일 만에 죽었다.

로버트 화이트 박사(위)와 머리 이식수술 받는 원숭이(아래)(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차의과학대학교 김시윤 박사는 화이트 박사가 고급 기술을 구사했다고 판단했다. 김 박사는 “화이트 박사의 기술은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굉장히 뛰어난 것이었다”며 “지금과는 수술 환경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역 거부도 문제지만 신체의 기능 저하도 문제”라며 “원숭이 수술 후 처치가 완벽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김 박사가 예측한 스피리도노프의 수술 부작용은 언어장애와 행동장애 등이다. 그는 “말은 신경을 통해 전달된다”며 “수술 후 신경 회복에 이상이 생긴다면 당연히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리도노프의 지능 수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된 연구가 수술 성공 100%에 가까워지는 길”이라 말한 김 박사는 “수술 후 한 달 정도 혼수상태에 빠질 스피리도노프가 얼마나 빨리 회복하냐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누구도 스피리도노프의 회복 기간을 예측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기증자의 ‘신체 연령’이 회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생쥐 혈류 교환 실험 이미지(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김 박사는 과거 있었던 ‘생쥐 혈류 교환 실험’을 언급했다.

김 박사는 “2014년 의학 논문 ‘네이처’에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이어붙여 피를 교환한 사례가 실렸다”며 “젊은 쥐의 피를 받은 늙은 쥐의 신체능력이 다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기증자의 호르몬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스피리도노프의 뇌 기능이 재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그도 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스피리도노프가 자기보다 젊은 기증자의 신체를 이식받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다음은 윤리 문제다.

이는 기증자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해결할 과제다. 현재 스피리도노프에게 신체를 기증할 대상으로 뇌사자가 유력한 가운데 과연 뇌사자를 사망자로 규정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외국 사례를 살펴보니 대체로 뇌사를 법적 사망으로 판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태런트카운티 지방법원이 30대 뇌사자 여성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해 12월, 아일랜드 더블린 고등법원도 임신 중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과 관련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모두 뇌사를 생물학적 사망으로 간주해 가능했던 판결이다.

회복 중 정체성 혼란도 생각해야 한다. 각기 다른 주체의 머리와 몸을 잇는 수술이므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스피리도노프가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로보캅(1987)' 스틸 사진
1987년 개봉한 영화 ‘로보캅’이 유사한 예다. 영화에서 범인들을 쫓다 살해된 경찰관은 이후 ‘로봇 반 인간 반’의 사이보그로 재탄생했는데, 감정을 없애지 않은 탓에 범죄자 처리 기계로 전락한 자기 정체성에 회의를 느낀다는 설정을 선보여 긴장감을 안겼다. 인간과 로봇을 합쳤다는 게 차이지만, ‘정체성 혼란’만 본다면 스피리도노프의 상황과 비슷하다.

성(性)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남성 기증자를 찾지 못하면 스피리도노프는 어쩔 수 없이 여성 기증자 신체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그는 나중에 여성이 될까, 아니면 남성으로 남을까? 이에 김 박사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성을 띨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화 '더 게임(2008)' 스틸 사진
여성 신체와 스피리도노프 머리의 접합은 극단적인 예지만, 아버지의 신체에 아들의 머리가 붙는 건 상상 가능하다. 돈 많은 늙은 남성이 젊은 남성의 머리를 사들이는 건 더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배우 변희봉과 신하균이 출연한 영화 ‘더 게임’에서 비슷한 경우를 보지 않았나? 해당 작품에서 신하균은 금융계 대부 변희봉이 건 내기에 져 자기 몸을 내주고, 반대로 변희봉의 몸을 받았다.

카나베로의 수술이 보편화될 경우 종교계의 반발도 우려된다. 지난 2008년에는 이탈리아의 한 가톨릭 신문이 사설에서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는 교황청의 입장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사 선고를 받고도 출산까지 버틴 임신부들의 사례를 들어 뇌사는 ‘사망’이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다. 교황청은 토론을 벌이기 위한 흥미로운 주장일뿐, 교황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과연 수술을 앞둔 카나베로가 ‘윤리 문제’라는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까? 그가 수술을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이쯤에서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당신은 카나베로의 수술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실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관련기사
[머리 이식수술 논란 ①] “인간의 머리 이식 성공 가능성 90%…죽음 관련한 모든 것 바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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