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형사부(재판장 김형배)는 양양 일가족 방화치사 사건의 피고인 이모(41·여)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형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인 만큼 양형과정에서 여러 부분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사형에 처할 특별한 사정과 객관적인 사실이 분명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기징역 역시 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를 내용으로 하는 중한 형벌인 점과 전자장치의 부착으로 추가범행 예방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자신에서 돈을 빌려주는 호의를 보여준 피해자와 자녀를 살해하는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뇌성마비 아들을 홀로 양육하는 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 이외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있은 결심공판에서 감형 및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은 이번 사건에서 의미가 없다며 이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형 집행 단계에서 가석방 가능성만으로 무기징역을 사실상의 유기징역으로 보아 양형 결정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 요구를 뿌리쳤다 .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양 방화사건 이외 같은 해 12월 발생한 내연남 방화 살해 미수사건은 계획적이 아니고 우발적이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정황상 채무를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 박모(37·여)씨의 집에서 1880만원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박씨와 박씨의 자녀 3명에게 수면제를 탄 술과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후 휘발유로 불을 질러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현존전조물방화 치사 등)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12월26일 내연남(54)에도 수면제를 먹인 뒤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강도살인미수 및 현조건조물방화치상 혐의)도 있다 .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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