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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형사전문법관제' 도입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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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0 20:18:30 수정 : 2015-07-20 22: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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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 전문화 필요" vs "檢과 유착 가능성 높아"
“두 파일은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문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지난 16일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사건을 원심재판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원 전 원장 사건에 등장한 디지털 증거 파일이 증거로 채택되는지 여부를 두고 원심과 해석을 달리한 것이다. 이처럼 재판과정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디지털 증거가 나타나는 등 사건의 양상이 날로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재판부마다 판단을 달리하는 경우도 이전보다 늘었다. 일부 판사들은 “증거물이 과거와 달리 디지털 파일화돼 사실관계 판단에 대한 기준이 날로 변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춰 판결문을 써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대법원이 ‘형사전문법관’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이런 환경 속에서다. 이를 통해 1심에서 사실관계를 더 충실히 파악, 재판부마다 판결이 달랐던 원 전 원장 사건 같은 사례를 줄이자는 것이다.


◆형사전문법관제 도입… 법원에 어떤 변화 오나?


지난 9일 사실심(1·2심) 충실화를 위한 사법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제7차 회의를 열고 ‘형사법 분야에 관한 법관의 전문성 강화’에 대한 건의문을 의결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날로 복잡 다양해지는 형사사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일정기간 동안 형사재판 업무만을 맡는 ‘형사전문법관제도’ 도입이 건의됐다.

형사재판에서 법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법조계에서 자주 대두됐다. 위원회도 7차 회의에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6차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강기갑 의원 및 MBC PD수첩 무죄 판결로 ‘사법갈등’이 촉발되자 사실심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형사단독 판사의 중요성이 부각돼 단독 판사의 경력이 상향조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대법원 사법제도 개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형사 재판을 위해 법관들을 굳이 전문화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형사분야에서도 디지털 증거 등 새로운 형태의 증거가 나오는 등 다양한 범죄가 등장함에 따라 심도있게 형사법을 다루는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년→5∼6년, 형사분야 법관 운용방식 변화 전망

형사전문법관이 논의되기 이전부터 일부 분야에선 전문법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가정법원에서 가사관련 재판을 도맡아 하는 ‘가사소년전문법관제’가 대표적이다. 가정 내 문제는 다른 사건에 비해 당사자들의 감정 상태나 사건 처리 과정이 일반 사건과 다른 점이 많아 도입됐다. 법조계에서는 가사소년전문법관이 맡은 사건의 경우 관계자들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문법관’이란 용어를 사용하진 않지만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들은 보통 3년 이상을 근무해 다른 부서보다 전문성을 쌓도록 인사를 운용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전문법관을 도입할 시 현행 2년 정도씩 형사부와 민사부를 순환하던 법관 인사운용 방식을 5∼6년간 형사재판에만 집중하도록 할 전망이다. 법관 인사운용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사법부 인사 시스템을 통해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부 판사의 전문성이 논의된 지 5∼6년이 흘렀지만 가시적인 방안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선 ‘구색맞추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검찰과 법원의 유착 우려

대법원은 ‘형사재판을 잘 하자’는 취지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형사법 분야 법관의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사전문법관제 도입은 반대한다”는 내용의 반대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 참여연대는 “법원의 전문성은 곧 법관의 전문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법관 업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형사재판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사법제도개선위원회가 장기 개선방안으로 건의한 ‘일정기간 동안 형사재판 업무만을 맡도록 하는 형사전문법관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형사전문법관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검찰과 법원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국민은 권력형 범죄사건, 시국사건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며 “더구나 권위주의 군사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형사, 민사 법원의 분리체제가 정권의 사법부 장악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었다는 비판으로 폐지된 상황에서 형사전문법관제가 도입된다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사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법원의 한 법관은 “형사전문법관으로 장기근무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검사와 심리적 유착감이 생길 수 있다”며 “과도하게 형사재판에 권한이 막강해질 수 있다는 외부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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