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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정부·주민간 불신 먹고 크는 공공시설 ‘님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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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10 19:42:26 수정 : 2015-08-10 2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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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갈등 공화국 울산시 울주군 주민단체인 삼동면발전협의회 대표 정모(61)씨는 지난달 울산시청 건물을 차로 들이받고 분신을 시도했다. 울산시가 10여년 전에 삼동면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삼동면 주민들은 2003년 화장장과 공원묘원, 납골당을 갖춘 장사시설 ‘하늘공원’을 자진 유치했다. 울산시는 주민들에게 율리∼삼동 도로개설 등 19가지 숙원사업을 2009년까지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울산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주민들은 최근 항의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 대표인 정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주민 6명도 경찰에 입건됐다.

정씨의 분신시도 사태로 마련된 김기현 울산시장과 주민대표 간 간담회로 봉합되던 갈등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완수 삼동면발전협의회 비대위원장은 10일 “지난 6일 울산시의 약속이행에 대한 답변서를 받았지만 약속을 번복한 지난 10년과 달라진 게 없어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앞으로의 시위, 집회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역갈등, 노사갈등, 공공갈등, 계층갈등 등 그야말로 ‘갈등 공화국’이다.

특히 ‘공공갈등’은 정부의 공공정책과 지역 이해당사자 간에 이익이 충돌하면서 빈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문제나 새만금 간척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6월 새만금 송전선로 공사 재개에 반대하는 군산시 주민들이 군산시청 현관 앞에서 밤새워 농성하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송전탑 건설 갈등은 흔하게 발생한다. 최근 전북 군산의 새만금 송전탑 건설 예정부지에서는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한전의 승강이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6월 주민 반대로 중단됐던 새만금 송전선로 공사가 지난 6월부터 재개됐지만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군산∼새만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군산산업단지에 전력공급을 위해 군산변전소에서 새만금변전소(30.6㎞)까지 345㎸급 송전탑 8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1년까지 42개가 세워졌지만, 이후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됐다. 주민들은 환경 파괴와 건강권,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당진화력∼북당진 송전선로(345㎸·33㎞) 건설사업도 공사가 순조롭지 않다. 오는 2021년 6월까지 완공해야 하지만 송전선로 건설 방식을 놓고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기관과 주민 간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간, 주민 간 갈등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경기도 수원시와 화성시는 화장장 건립 문제와 군 공항부지 이전 사업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화성시는 부천·광명·안산·시흥시와 함께 1212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종합장사시설인 화성광역화장장을 짓기로 했다. 화장장은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2만6440기, 자연장지 3만8200기 규모다. 그러나 이웃한 수원시가 최근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수원시는 “입지선정 과정에서 수원시나 인접 주민과 충분한 협의나 절차 없이 결정됐고 이로 인한 갈등 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화성시는 수원시의 최대 민원사업인 공군비행장 부지(552만여㎡) 이전 사업 반대로 맞불을 놓았다. 이전 후보지로 화성시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시의회는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은 2050억원의 원전보상금 집행을 두고 주민들끼리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생지역 상인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서생면상가발전협의회’는 ‘서생면주민협의회’를 상대로 설립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가발전협의회는 “주민협의회 설립과정과 임원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주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만큼 이 단체가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민협의회 측은 “임의단체이긴 하지만, 이사와 대의원 90명을 주민들의 의결을 통해 선출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갈등의 핵심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 보니 정부 정책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절차가 필요하다. 공공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갈등의 실질적인 주체와 전문가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대부분 분쟁 해결 절차가 제도화돼 있다. 미국의 행정분쟁절차조정법,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등이다. 우리나라에도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기구들이 있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강원 소장은 “갈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갈등을 해소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민주주의 정착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공론위원회 등 갈등 해결 시스템을 법제화해 체계적으로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며 “주요 국가정책에 대해 정보를 개방하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사업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적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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