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상주본은 현재 누구의 소유일까. 상주본을 도난당했다던 조모씨가 배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을 얻었다. 조씨는 사망하기 전 2012년 5월 실물의 인도 없이 상주본을 국가에 기증했다. 조씨는 배씨에 대한 소유물반환청구권을 국가에 양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통설은 소유물반환청구권 같은 물권적 반환청구권의 양도에 의한 소유권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한테서 그가 직접 점유하지 않는 물건을 양수하는 자는 주인의 채권적 반환청구권을 양도받음으로써 비로소 물건을 인도받은 것으로 돼 소유권, 즉 소유물반환청구권을 취득하는 것이지, 양수인이 주인의 물권적 반환청구권을 양수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그런데 상주본은 안동 광흥사 불상의 복장유물이었는데 1999년쯤 문화재 도굴꾼 서모씨가 훔쳐서 조씨에게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주본은 과연 누구의 소유일까. 도굴꾼으로부터 매수한 조씨의 선의취득이 문제된다. 즉 조씨가 소유권을 취득했는가는 서씨로부터 살 때 도품인 줄 몰랐는가 또 과실이 없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도굴꾼으로부터 고서를 매수하는 자는 적어도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씨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럼 무권리자인 조씨로부터 기증받은 국가는 소유권을 취득했나. 기증받을 당시 조씨는 확정판결에 의해 배씨에 대해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국가가 조씨가 소유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국가가 상주본 실물을 인도받은 것이 아니라, 소유물반환청구권을 양도받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논의되고 있지 않은데, 독일 민법에서는 양수인이 점유를 취득해야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고, 소유자는 광흥사가 될 것이다. 설령 국가의 선의취득을 인정하더라도 무상취득이기 때문에, 피해자인 광흥사가 국가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갖는지도 문제된다. 현재 다툼이 있으나 다수설은 명문의 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부인한다.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든 민족, 아니 인류의 문화유산을 우리 모두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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