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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숭례문 부실 복원 뒤에도 그대로인 문화재 엉터리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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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3 21:29:03 수정 : 2015-11-03 21: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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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수를 두고 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북 영천 은해사에 있는 ‘삼장탱화’를 엉망으로 보수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크게 훼손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월까지 문화재청 전문위원을 지낸 박모씨가 면허를 빌려 낙찰받은 뒤 돌가루로 된 자연 안료 대신 일반 물감으로 칠했다고 한다. 은해사 삼장탱화는 보물 지정을 앞두고 빛바랜 문화재로 변하고 말았다. 2년 전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숭례문 부실 복원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어디에 내팽개쳤는가.

이번 사건에는 문화재 관리 전반에 뿌리박은 고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7000만원에 보수 작업을 낙찰받은 박씨는 2013년 숭례문 복구공사 때 종합점검단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박씨는 김모씨에게 면허를 빌린 값으로 1500만원을 주고, 덧칠을 하는 배접 작업은 자격도 없는 A씨에게 맡겼다. 그는 삼장탱화에 일반 물감을 덧칠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보물 승격 심사 때 탱화의 색이 바래고 벗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경북유형문화재 342호 삼장탱화는 보물은커녕 물감 칠을 한 흔한 탱화로 변해 버렸다.

문화재 관리 최정점에서 활동한 인물이 불법 낙찰, 불법 하도급, 부실 보수를 주도했다. 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박씨는 “탱화 보수 작업은 A씨가 모두 했다”며 발뺌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를 훼손해 놓고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가. 이번 사건은 숭례문 부실 복원을 빼닮았다. 당시 숭례문 단청 공사를 맡은 홍창원 단청장은 자연 안료 대신 화학 안료를 혼용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공사비 수억원을 빼돌렸다. 문화재 보수를 빙자한 잿밥에 눈먼 도둑질이다.

반성해야 할 곳은 문화재청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부실 복원 이후 부실 보수를 뿌리 뽑겠다며 자격증 불법대여를 막고, 수리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말뿐인 문화재 보호’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문화재를 보수한답시고 더 엉망으로 만들 판이다. 즉시 보수해야 할 훼손이 심한 문화재는 국가지정·등록 문화재 429건, 시·도 지정문화재 1254건에 이른다. 문화재청은 무엇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문제가 터지면 ‘입발림 대응’만 해서는 문화재 훼손 사태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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