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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 관객 발길 이어져

스릴러·액션 장르가 강세인 현 극장가에 ‘재개봉 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이 그 중심에 있다.

사실 ‘재개봉 붐’이 일기 시작한 건 2~3년 전 얘기다. 아날로그 방식의 마스터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리마스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장에 재개봉 영화가 쏟아졌다. 그러나 2013년 ‘러브레터’ 이후 흥행작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일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은 다양성 영화 부문은 물론, 전체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2005년 11월10일 처음 개봉할 당시 이 영화가 동원한 관객 수는 17만여명. 재개봉일인 5일부터 16일까지 모은 관객 수는 15만6629명이다. 수입·배급사 측은 19일 기존 관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급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CJ CGV를 중심으로 상영 중인 ‘이터널 선샤인’은 판권 관련 문제를 해결하느라 10년 만에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CGV 측은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몇해 전부터 꾸준히 재개봉 영화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재개봉 후에도 매일 7000~8000명의 관객을 꾸준히 모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영화 자체의 매력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재개봉 영화는 이미 관객들로부터 검증 받은 작품들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걱정이나 의심을 할 필요가 없다. 

‘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워갈수록 더욱 더 깊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멜로 영화. 사랑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아름다운 OST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묵직한 감동과 울림을 전해준다. 아직도 많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인생 영화’로 남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국 스크린 수의 70% 이상을 ‘검은 사제들’과 ‘007 스펙터’와 같은 대작들이 차지한 상황에서 ‘이터널 선샤인’이 그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흥행작 외에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접하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가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10년 전과 달리 인터넷, SNS 등으로 인한 빠른 입소문을 흥행원인으로 꼽는 이들도 많다.  

'이터널 선샤인' 홍보 담당자는 “지금 극장가에 스릴러 개봉 열풍이 불고 있지만, 가을을 맞아 멜로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도 많다는 방증”이라며 “영화를 이미 본 관객들은 다시 한 번 영화의 감동을 되새기기 위해, 또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은 입소문을 듣고 궁금해서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흥행에 힘입어 배급사는 극장 측과 협의한 끝에 18일부터 상영관을 확대했다. 전편을 넘어선 흥행결과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흥행으로 앞으로 재개봉 영화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출신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음악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19일 재개봉한 가운데, 12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렛미인’(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도 다음달 3일 개봉해 7년 만에 국내 관객들을 다시 찾아온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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