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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우리가 기억해야 할 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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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8 21:25:10 수정 : 2015-11-18 2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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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78호,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같은 자리에 좌정한 건 10년 만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때 다른 유물이 모두 빠진 전시실에 두 반가사유상만 두고 관람객을 맞은 적이 있다. 박물관은 올해 이전 10주년을 맞았고, 특별전 ‘고대불교조각대전’을 열어 두 반가사유상을 다시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불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78호(사진 왼쪽), 83호 반가사유상
전시회에는 교과서에서나 봤음 직한 불상들이 즐비했지만 주목을 받은 건 역시 두 반가사유상이었다. 박물관은 전시실 한 편에 독립된 공간을 만들고, 조명에 변화를 줘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관람객 모습에서는 열기까지 느껴졌다. 다른 반가사유상들을 보는 재미도 컸다. ‘가장 큰 반가사유상’은 남아 있는 하반신만 1.7m다. 온전한 모습은 3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양 최대 크기다. 상반신 없이 덩그러니 앉은 모습이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다. “추상화를 통한 대담한 조형적 변형”이 특징인 ‘방형대좌 반가사유상’(보물 331호)에서는 1000년의 시간차를 넘어서 맞닿아 있는 고대와 현대의 미감을 발견했다. “신성과 인간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한국의 반가사유상이 남긴 인상은 깊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금동반가사유상’을 떠올린 것도 그래서였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도쿄국립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은 높이 16.3㎝의 아담한 불상이다. 균형감이 뛰어난 데다 치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국립박물관은 금동반가사유상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는 모양이다. 국제공항에 설치한 홍보물에 큼지막하게 사진을 실어 소개한 적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자기들 것인 양 눙치고 있는 금동반가사유상은 사실 한국 유물이다.

조선총독부가 한국 문화재 대표작을 꼽아 정리한 ‘조선고적도보’에는 경성공소원 판사 미야케 조사쿠 소장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충청남도 공주 부근 산성의 탑에서 발견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야케는 금동반가사유상을 일본으로 가져가 오구라 다케노스케에게 넘겼다.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의 한 점이 된 것이다. 1960년대 한·일 문화재 협상에서 줄곧 반환을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지금도 환수의 염원이 큰 대표적 약탈문화재가 오구라 컬렉션이다.

금동반가사유상이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었다면 어땠을까. 실현되기 힘든 바람이다. 환수 대상인 유물을 일본이 어떤 형식으로든 내어줄 리 없어서다. 전시회 한 편에 사진으로라도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6, 7세기 고대 한국에서 정점을 찍은” 반가사유상의 하나로, 돌려받아야 할 유물의 한 사례로 말이다.

금동반가사유상은 기억해야 할 유물이다. 돌려받아야 할 유물이자 포기할 수 없는 자부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까지 열린 고대불교조각대전에 4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진 한 장이면 그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빼앗긴 이 불상이 조그맣게라도 자리 잡지 않았을까. 고대불교조각대전을 보며 느낀 아쉬움이다.

강구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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