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마코 호텔 인질극 12시간 만에 종료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FP통신,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질극은 발생 약 12시간만에 종료됐다. 이날 오전 7시쯤 바마코 도심에 있는 5성급 호텔 ‘래디슨 블루’ 호텔에는 복면을 한 무장괴한 3∼13명이 외교 번호판을 단 차량을 타고 들이닥쳤다. 호텔 관계자는 “여러명의 무장 괴한들이 호텔에 도착한 직후 경비원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총을 쏘면서 호텔로 진입할 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래디슨 블루 호텔은 미국계 레지도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5성급 호텔이다. 객실이 190개인 이 호텔은 바마코 주재 외교관 공관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현지 주재원들과 유럽 주요 항공사 기장 및 승무원,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 경영주인 가르바 코나테는 사건 초반 알자지라방송에 “괴한 2명이 투숙객 140명과 직원 30명을 7층에 가둬놓았다”고 말했다.
◆“신은 위대하다” 외치고 코란 암송토록 해
인질범들은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투숙객들에게 코란 구절을 암송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슬림인 것이 확인되면 풀어주고 코란을 외지 못하면 5,6명씩 조를 묶어 특정 장소로 데려가 억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구조작전은 인질극 발생 4∼5시간 뒤쯤 시작돼 12시간여만에 일단락됐다. 말리 군경과 현지 주둔 프랑스군, 유엔 평화유지군은 호텔 주변을 봉쇄했고 약 50명으로 구성된 말리 특수부대, 미군, 프랑스군이 진입작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호텔 내부로 들어가 객실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투숙객들을 바깥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인질범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인질들을 데리고 있던 괴한 2명은 진압군과 수시간 대치하다가 사살됐다. 시신은 호텔 로비에서 12구, 2층에서 15구가 각각 발견됐다. 중국인 3명과 말리인 2명, 벨기에 의원 1명, 프랑스인 1명은 바마코 주재 각국 대사관이 확인했다. 희생자 중에 테러범들이 포함돼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알카에다 강경 분파 알무라비툰 자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무라비툰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이 래디슨 블루 호텔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우리 알무라비툰 조직은 말리 바마코 호텔에서 수행된 작전에 책임이 있다”며 “용감한 기사들이 (이슬람) 예언자를 조롱한 서방에 복수했다”고 주장했다. 알무라비툰은 사하라 사막 유목부족인 투아레그족과 알카에다마그레브지부(AQIM) 일부가 결성한 단체다. 말리 북부와 알제리 남부 국경지대에서 주로 활동해왔으며 2013년 1월 37명이 희생된 알제리 가스전 인질 참사와 지난 8월 유엔 직원 5명 등 13명이 희생된 말리 중부 세바레 호텔 테러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말리는 서아프리카에 있는 내륙국가로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1959년 독립했다.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이며 국민의 90% 정도가 무슬림이다. 프랑스는 2013년 1월 AQIM 등 북부 반군이 바마코로 진군하자 병력을 보내 이들에 대한 토벌 작전을 벌였다. 말리 정부와 반군은 지난 6월 휴전협정을 맺었으나 반군은 이후에도 계속해 산발적인 테러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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