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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그 골목에 서면 추억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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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8 06:00:00 수정 : 2015-11-28 13: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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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가 뛰어놀고… 김광석이 노래하는… /쌍문동 둘리거리… 만화의 실제 배경/대구 김광석길… 귀가 아닌 눈으로 음악·추억 여행/지역 민담·역사도… 거리 벽화로 재탄생
新관광명물로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빙하 타고 내려와 친구를 만났지만….” 친숙한 단어로 시작하는 국민만화 ‘아기공룡 둘리’. 작품 속에서 둘리가 빙하 속에 갇힌 채 떠내려와 고길동 가족에게 발견되는 장소가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우이천이다. 

●서울 쌍문동 둘리거리
이 우이천변에서 진짜 둘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도봉구가 최근 우이천 옹벽에 둘리그림을 그려 넣었다.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익숙한 둘리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밋밋했던 도심 하천 옹벽에서 벽화로 되살아 났다. 주택가를 흐르는 작은 하천에 불과했던 공간에 ‘캐릭터’와 ‘스토리’가 덧입혀지며 인상적인 장소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김광석이 살았던 대구 중구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꾸며진 김광석길.
◆밋밋한 도시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벽화


낙후된 도심지나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마을, 쇠락한 공장지대 등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도시벽화.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잊혀져 가던 많은 공간이 화려한 색의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생명력을 되찾았다. 이 도시벽화들이 최근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벽에 채색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의 대표 캐릭터와 스토리를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리벽화는 도시벽화에 캐릭터를 덧입히는 대표적 사례다. 

작품 속 둘리의 고향인 서울 도봉구 우이천 옹벽에 그려진 ‘아기공룡 둘리’ 벽화. 
도봉구가 최근 추진 중인 ‘둘리테마거리’의 일환으로 7월 둘리뮤지엄 개관에 앞서 지난 6월 제작됐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된 아기공룡 둘리는 도봉구 쌍문동 일대가 주무대다.

원작자인 김수정 화백이 벽화 초안을 구성하고 벽화 전문가와 대학생들이 참여, 약 70m 구간에 둘리 탄생 배경과 익숙한 만화의 에피소드 등을 담았다. 이를 통해 밋밋했던 쌍문동 일대 주택가가 ‘둘리의 고향’으로 재탄생했다. 도봉구는 1단계 벽화에 이어 2단계 둘리벽화도 제작 중이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의 에피소드를 담는다.

도봉구는 이후로도 김수정 화백과 공동으로 둘리벽화거리를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예정된 벽화의 총길이는 380m에 달한다. 도봉구 관계자는 “스토리가 있는 단일 캐릭터 벽 그림으로는 서울시 최장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동북쪽 도봉구에서 둘리를 만날 수 있다면 동남쪽인 강동구에서는 또 다른 인기만화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인근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안쪽에 위치한 성안마을에 지난해 1㎞ 규모의 ‘강풀만화거리’가 조성된 것이다. 강풀은 순정만화, 아파트, 26년 등 감성적 소재와 탄탄한 구성력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대표적 웹툰작가이다. 그는 2살 때부터 살아온 강동구 일대를 주요 무대로 만화를 그려왔다.

●서울 강동구 만화가 ‘강풀’거리
강풀만화거리에서는 작가의 작품 중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순정만화 시리즈’ 4편의 스토리를 엮어 재구성했다. 평범한 거리가 촉촉한 순정의 이야기로 채워지며 남다른 낭만의 장소로 재탄생했다.

거리가 조성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입소문이 나 벽화거리를 이용한 명물프로그램도 생겼다. 지난 4월부터 벽화해설가와 함께 하는 투어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벽화해설사들이 골목길 곳곳을 돌며 벽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해주는 투어는 참여인원이 벌써 1000여명이 될 정도다.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길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방천시장 골목은 가수 김광석을 중심으로 한 벽화거리로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김광석이 살았던 거리에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는 김광석 등의 모습과 노래 가사 등으로 이야기가 담긴 길을 만들었다. 귀가 아닌 눈으로 그의 삶과 음악을 감상하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거리다. 

충북 제천 교동마을 만화길
◆지역의 민담과 전설, 역사가 벽화로


지역의 민담과 역사를 벽화로 재탄생시키는 지자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벽화에 아름다움을 넘어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시도다.

충북 제천 교동마을은 우리 민족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민화벽화를 통해 명소로 다시 살아난 곳이다. 2009년부터 하나씩 민화벽화가 그려져 어느덧 100여점이 넘는 민화벽화를 갖춘 거대한 벽화마을이 됐다. 물고기가 용이 되는 이야기를 형상화한 ‘어변성룡도‘, 호랑이 등 영물들의 모습이 담긴 민화, 제천의 전설 등을 통해 방문객들은 민족의 얼과 제천 지역 특유의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다. 벽화가 지역 전체에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고려 현종 부자의 애틋한 전설을 벽화로 담아낸 경남 사천 부자상봉길.
경남 사천에도 최근 부자상봉길이라는 이색적 이름의 길이 조성됐다. 이곳은 고려 현종과 사천에 귀양온 현종의 아버지 왕욱의 애틋한 사연이 남아있는 곳이다. 훗날 왕이 되는 아들 왕순이 사천 배방사로 내려오자 왕욱이 낮에는 아들을 보러 절까지 왔다가 해가 저물면 귀양지로 돌아오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다.

사천시는 왕욱이 아들을 보기 위해 걸었다는 대산마을 일대를 부자상봉길로 조성하고 마을 곳곳을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벽화로 장식했다. 1000년을 걸쳐 살아남은 지역의 전설이 벽화를 통해 눈앞에 펼쳐진다. 벽화를 따라가며 왕순의 탄생부터 왕욱의 귀양, 부자의 만남과 이별, 임금 자리에 오른 현종이 아버지와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 등을 영화를 보듯 감상하는 구조다. 벽화가 애틋한 이야기를 일깨워주며 평범한 시골마을길은 부자간의 정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

1000년 역사를 간직한 고도 경주에도 역사 속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탄생했다. 최근 경주 황성동에 지역의 역사와 전설을 담은 벽화가 제작됐다. 청년을 사랑한 호랑이 처녀의 순애담을 담은 호원사 설화를 비롯해 김유신 장군 설화, 황산벌 전투 등 경주와 황성동 지역을 상징하는 이야기들이 벽그림 속에서 살아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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