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노원구와 관악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지난 20일보다 0.03%, 0.06% 하락했다. 매수세 위축으로 이들 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노원구는 최근 매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거래가 뜸해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체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매물은 나오고 있는데 최근 들어 매수세가 끊겼다”며 “비싼 전셋값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산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강동구도 그간 매매가 상승을 이끌던 재건축 단지에서 하락세가 나타나 2주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에서도 아파트값 하락지역이 등장했다. 2주 전 경기 전체를 통틀어 첫 하락세를 기록한 구리시는 27일 기준 주간 가격도 0.03% 하락했다. 전주 0.02%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안산시는 27일 기준으로 0.02% 뒷걸음질을 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경기의 28개 시 가운데 지난주 절반에 가까운 13개 시의 아파트값이 보합세로 돌아섰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는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다”며 “매수 문의도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공급과잉 우려가 큰 지방에서는 대전과 세종, 강원, 경북, 충북, 충남 등 상당수 지역에서 지난달 들어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까지 가격 하락이 시작된 것은 주택시장이 계절적인 비수기로 접어든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수요자의 심리 위축도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내년부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돼 대출 소득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벌써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늘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주택 인·허가 증가에 따른 2017년 이후 입주물량 대폭 증가, 최근 분양물량 증가에 따른 청약 미달과 미계약 증가 등을 둘러싼 공급과잉 논란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엔 내년 집값을 놓고 상저하고를 예상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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