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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체포작전… 경찰·신도 1100여명 '아수라장'

입력 : 2015-12-09 18:48:28 수정 : 2015-12-10 02: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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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사태 대비 매트리스 준비… 스님·직원들은 진입 저지 9일 오후 4시40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이하 기념관) 1층에서 울려 퍼지던 염불 소리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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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 강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을 막기 위해 일렬로 서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던 조계종 스님 8명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직원들을 끌어내며 한 위원장 체포 작전에 나섰던 경찰도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작전을 멈췄다. 이윽고 경찰 병력 진입 과정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되던 경찰과 조계종 스님들의 몸싸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물리력 행사를 통한 경내 강제 진입’이라는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움직임이 극적으로 방향을 선회한 순간이었다.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체포 작전에 돌입한 9일 오후 한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출입구에서 경찰과 조계사 스님 등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승 스님은 이날 오후 5시쯤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중단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2시간여동안 진행된 체포 작전을 하루 뒤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 집행 방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후 3시쯤, 경찰은 체포 작전을 개시했다. 전날 경찰이 최종통보한 퇴거 시한이 다가오면서 대기 중이던 경찰 1000여명이 조계사를 포위했다. 일반인 등의 출입은 통제됐다. 그러자 조계종 소속 직원들은 경찰의 강제 진입에 대응하기 위해 건물 입구를 막아섰다. 조계사 측은 경찰 영장 집행에 대비해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기념관 건물 2층으로 연결되는 구름다리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이 은신한 지난달 16일 이후 기념관 1층 입구가 폐쇄됐고, 조계사 관계자 등은 이 구름다리를 통해 출입했다. 구름다리가 사라지면서 기념관으로 향하는 유일한 출입구가 된 1층 입구에는 조계종 총무원 직원 200여명이 인간 방벽을 만들었다. 경찰이 이들을 한 명씩 끌어내면서 기념관 부근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력이 조계사에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시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우리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9일 경찰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체포 작전을 펴기에 앞서 한 위원장이 피신 중인 조계사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 주변에 깔 매트리스를 옮기고 있다.
이재문 기자
조계종은 경찰이 영장 집행에 나서기 직전까지 한 위원장을 만나 자진출두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스님들이 하루 종일 한 위원장을 찾아가서 설득을 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조계사 부주지인 담화 스님이 자진 출두를 강하게 권하자 “우리 국민의 생활조건과 근로조건이 악화되는데 나는 나 하나의 몸이 아니고 2000만 노동자의 대표”라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면담에 참여한 조계종 관계자는 “빈 물병 여러 개만 방안에 보였고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다”고 내부 정황을 전했다. 도법 스님은 면담 후 이 건물 다른 방에서 기다리다 경찰의 체포 작전 도중 밖으로 나왔다.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직원들이 경내와 한 위원장으로 거처가 연결된 구름다리를 철거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경찰의 체포 작전이 시작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경찰은 기념관 둘레에 매트리스를 깔고 한 위원장의 투신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이날 오전부터 조계사 앞에서는 경찰의 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과 조계사 인사들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날 오전 11시쯤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당국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해서 한 위원장을 체포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기자회견 직후 도법 스님과 면담했다. 문화예술계 원로 10여명과 민주노총 수도권 지역 조합원들도 조계사 앞에 모여 경찰의 체포 작전을 비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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