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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호랑이굴서 호랑이 못잡고 다시 광야로

입력 : 2015-12-13 18:38:21 수정 : 2015-12-13 23: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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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서 탈당 '수난의 21개월'
2014년 3월2일 당시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 계획을 접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통합을 전격 선언했다. 안 의원 측근 송호창 의원은 “맨손으로 호랑이굴에 자기 발로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깜짝 통합을 선언하며 단숨에 제1야당 공동대표에 올랐던 안 전 대표는 21개월 만에 다시 광야로 돌아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가 2012년 대선을 며칠 앞둔 12월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유세에 깜짝 등장해 자신이 매고 있던 노란색 목도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둘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는 말은 원래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명분으로 던진 표현이다. 안 전 대표는 싸워야 할 호랑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기득권’ 또는 ‘친노(친노무현)계’라는 해석이 나왔다. 통합 선언과 동시에 결별한 윤여준 전 장관은 “사슴이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이라고 비꼬았다. 어찌됐든 안 전 대표 탈당은 쓰러뜨려야 할 호랑이와의 승부에서 사실상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

안 전 대표와 친노계는 시작부터 껄끄러운 상대였다. 당시 친노계 등 주류 진영은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들어선 직후 조기전당대회를 공공연히 언급해 두 공동대표 체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두 공동대표가 추진했던 기초선거 무공천은 당내 반발에 부딪혀 40여일 만에 좌초했다. 두 공동대표는 7·30 재보선에서 공천 잡음으로 참패하자 강경파의 파상 공세에 밀려 4개월 만에 결국 물러났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28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제안하면서 당 중앙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합의추대가 불발된 이후 문 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받았지만 거부해 문·안 갈등은 깊어갔다.

문·안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9, 10월 혁신논쟁에 불을 붙이면서다. 안 전 대표는 “혁신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 체제를 직접 겨냥했다. 10월에는 ‘낡은 진보 청산’을 둘러싼 양측의 가시 돋친 설전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빠져들게 했다. 문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낡은 진보 청산은)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일종의 형용 모순”이라며 “새누리당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 발언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전한 안 전 대표는 탈당 선언때까지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한 차례 모습을 드러낸뒤 일주일간 잠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과 함께 ‘새정치’를 구상해온 대선캠프 관계자 등 측근들과 향후 일정을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탈당은 표면상으로 혁신전대 여부를 놓고 벌이는 ‘핑퐁게임’의 결말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오랫동안 신뢰관계가 무너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계는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후보직 사퇴 후 문 대표를 도와주지 않은 게 패인이라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 집권 저지를 위해 후보직까지 양보했는데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다”며 혁신 좌초의 원인으로 친노계를 지목하고 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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