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실력 평가 ‘복면가왕’ 최고 강자
추억의 가수·아이돌 ‘계급장 뗀 승부’ 겨뤄
음치·실력자 가리는 추리쇼 ‘너목보’도 인기
잊혀진 가수 찾기 ‘슈가맨’도 꾸준히 사랑
‘슈퍼스타K’ 등 프로 한국인은 음악을 사랑한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음악을 더하면 시청률이 높아진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의 히트가 이어지면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는 음악 예능의 시대가 열렸다. 올 한 해도 음악 예능은 꾸준히 사랑받았다. 특히 신선한 포맷을 도입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강세였다.
각 방송사의 모든 음악 예능 중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은 단연 MBC ‘복면가왕’이었다. 지난 2월 설특집 방송으로 선보였다가 반응이 좋아 4월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 1부로 정규 편성됐다. 가수뿐만 아니라 작곡가, 배우, 개그맨, 성우 등 방송인 8명이 등장해 가왕 자리를 두고 가창력을 겨룬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출연자들이 정체를 숨기고 패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려한 가면을 쓰고 별명을 달고 등장하기 때문에 듣는 이들이 편견 없이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계급장 뗀 승부’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최고의 화제를 낳은 출연자는 4회 연속 가왕자리를 지켰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다. 독보적인 음색과 실력 탓에 그의 정체는 진작에 드러났다. 하지만 패널과 방청객, 시청자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의 노래를 마음껏 들으며 마지막 무대까지 감동을 담아갔다. 그외 현진영, 정수라, 장혜진 등 추억의 가수들이 등장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고, 에프엑스의 루나, 엑소의 첸, 비투비의 육성재, B1A4의 산들 등 아이돌 가수들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보컬 실력을 자랑했다. 가수는 아니지만 안재모, 공형진, 이성경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출연해 의외의 가창력을 선보였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백청강은 여가수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 성별까지 속이는 반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복면가왕은 15%가량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예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만 방송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상식을 깨고 ‘음치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그램. 그날의 초대가수가 7∼8명의 일반인 출연자의 표정과 입 모양만 보고 음치를 가려낸 뒤 가장 마지막에 남은 참가자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실력자’가 남아 가수와 환상적인 듀엣을 선보였던 경우가 있었던 반면, 음정·박자 모두 무시한 노래로 가수를 ‘멘붕’에 빠뜨린 음치 출연자도 많았다. 노래를 듣지 않고 음치와 실력자를 맞히는 흥미진진한 추리 쇼가 인기를 끌면서 시즌1(2∼5월)에 이어 현재 시즌2가 방송 중이다. 너목보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가수 황치열이다. 9년 동안 무명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너목보에 일반인 참가자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각종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MC 유재석의 종합편성채널 데뷔 프로그램인 jTBC ‘슈가맨’은 지난 10월 첫 전파를 탔다. 한때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았지만 짧은 전성기를 뒤로한 채 지금은 사라진 가수들,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2005∼2010년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선곡된 ‘응급실’을 불렀던 이지, 2002∼2003년 SBS 인기드라마 ‘야인시대’의 OST로 유명했던 강성, 90년대 초반 하이틴 스타 구본승 등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며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진화된 포맷의 음악 예능이 떠오른 가운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간 전통의 강자들도 있었다. 가수들이 전설의 가수의 명곡을 재해석해 경합을 벌이는 KBS ‘불후의 명곡’은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무난하게 선전했다. 2011년 방송을 시작한 뒤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는 꼬리표를 떼고 5년째 주말 대표 예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많은 가수들이 ‘불후의 명곡’을 통해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정동하는 지난 26일 방송된 ‘빅매치’ 특집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불후의 명곡 최고 스타의 위상을 확인했다.
노래만 듣고 일반인 실력자 가운데서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jTBC ‘히든싱어’는 10월부터 시즌4를 방송 중이다. 재미가 덜해질 법도 하지만 임재범, 김연우, 변진섭 등 그간 섭외에 난항을 겪었던 가수들을 출연시키는 데 성공해 jTBC 대표 음악 예능의 위상을 지켰다.
2년 마다 돌아오는 MBC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와 SBS의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심폐소생송’은 호응을 얻으며 짧은 방송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심폐소생송은 방송 후 정규편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음악 예능이 대체적으로 사랑 받은 반면, Mnet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한때 오디션 열풍을 이끌었던 ‘슈퍼스타K’는 고전했다. 참가자들의 출중한 실력과는 무관하게 7년째 이어지는 비슷한 포맷에 시청자들이 식상해하면서 시청률이 1%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출연자 한명이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을 폭로하면서 시들해진 인기에 흠집까지 난 채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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