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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탈당… 호남·친노 완전 결별

입력 : 2016-01-12 19:01:52 수정 : 2016-01-12 21: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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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혼돈 속으로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60여년 정치인생 처음으로 몸을 담았던 당을 저 스스로 떠나려고 합니다.”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 들어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86)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렇게 말하고 탈당했다. 회한 때문이었을까. 그는 말을 자주 멈추었고, 시선은 가끔 천장을 향하곤 했다. 회견장을 빠져나오는 사이 두 다리는 크게 휘청거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1961년 김 전 대통령의 강원도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부터 2009년 서거 때까지 50년 가까이 김 전 대통령을 모셔온, ‘동교동계의 맏형’으로 불려온 그였다.

권 고문은 이날 탈당 이유로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견 직후 오전 10시40분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가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조용히 참배했다. 이날 김옥두·이훈평·남궁진·윤철상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0여명도 함께 탈당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내주 탈당을 예고했다. 13일엔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이 탈당할 예정이다.

동교동계는 곧바로 안철수 신당으로 합류하진 않을 전망이다. 측근 인사는 “야권의 제 세력을 통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보태겠다”는 권 고문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동교동계가 DJ 및 호남을 일정하게 상징해 왔다는 점에서 동교동계의 더민주 이탈은 친노(친노무현) 및 86그룹과 호남 정치세력의 결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이후 86그룹을 중심으로 재야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세력을 지속적으로 수혈하며 야권 확장을 시도했다. 그래서 1997년 김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첫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뤘고, 2002년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의 기쁨도 맛봤다. 그러나 호남 대 친노 및 개혁세력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과 열린우리당 창당, 2004년 탄핵 등을 거치면서 내부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권 고문의 탈당 배경에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 세력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은 이날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된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른바 ‘친노패권’이란 말로 구겨진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환영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더민주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도 지적된다. 이훈평 전 의원은 통화에서 “권 고문이 호남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당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느냐, 오죽했으면 86세의 그가 나섰겠느냐”고 했다.

호남 민심의 더민주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권 고문 하면 곧바로 DJ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그의 탈당은 호남 민심이 더민주를 떠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문 대표에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이 크게 흔들리게 돼서다.

일각에선 실제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가 정치적 상징성은 있지만 현실적인 힘을 지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남 민심을 놓고 더민주와 안철수 신당 간 혈투가 예고된다. 최 교수는 “민심이 아침저녁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문 대표가 호남 출신 인물을 몇 명 영입한다고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민주가 “분열의 길을 선택한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면서도 “다시 만날 걸 믿는다”(김성수 대변인 등)고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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