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간 보냐” “왜 왔냐” 항의
한상진, 권 여사에 ‘창당의 변’
안 “특정세력 비난한 적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약 한 달 만인 1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 안철수 의원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안 의원이 주고받은 말은 사저 정원의 화초 얘기가 전부였다.
전남 순천 처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오전 봉하마을에 도착한 안 의원을 처음 맞은 것은 성난 친노(친노무현) 지지자들의 피켓 시위였다. 더민주 김해시당 당원인 이모(53)씨는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냐?”고 쓰인 팻말을 들고 안 의원 앞을 가로막았다. 일부 시민들로부터 “그렇게 친노 욕하더니 여기는 왜 왔습니꺼?”라는 고성이 들렸다. 관계자들이 상황을 정리한 뒤에도 안 의원은 참배 내내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방명록은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적었고, 안 의원은 한 위원장 이름 아래 본인 이름만 적었다.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왼쪽)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
안 의원은 이날 약 한 시간 동안의 봉하마을 방문 내내 불편한 기색이었다. 권 여사 면담 때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사저에) 네 번째 왔는데 화초향이 계속 좋아진다”고만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나눈 대화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임 의원은 “권 여사가 수고가 많다고 하셨다”며 “(안 의원에게) 가을에도 한 번 더 오시라고 했다”고 전했으나 김 위원장은 “여사님은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부인했다. 안 의원은 면담 뒤 기자들 질문에 “제가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가 말씀드린 것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지난 11일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의 핵심측근이었던 박선숙 전 의원과 비공개 심야회동을 갖고 역할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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