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초등학교 개학이다. 예비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앞으로 12년 이어질 학교 생활의 첫발을 떼는 자녀를 위한 준비에 골몰한다. 혹여 자녀가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하거나 선행학습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과내용 선행학습 등 지식보다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기업 시매쓰의 조경희 소장은 “대부분 예비초등학생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지만 학교에 진학하면 사뭇 다르게 느낄 수 있다”며 “선행학습으로 지식을 얼마나 알고 진학하느냐보다는 앞으로 12년 동안 학교생활을 잘해낼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기르고 학교 시스템과 규칙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2년 학교생활의 첫 관문인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예비초등학생 학부모를 위한 학습 가이드를 알아봤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 후 학습분량을 약속하고 계획을 잘 지켰을 때 충분한 칭찬으로 성취감을 주면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들여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 교동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입실해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교과 내용을 선행하기보다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교과목 중 수학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기 쉬운 과목이다. 따라서 처음 배울 때부터 즐겁고 재미있는 학습을 통해 수학을 좋아하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꼭 수학이 아니어도 된다. 한 과목이라도 즐거운 공부를 통해 학습 동기를 얻게 된다면 다른 과목 학습에도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성공적인 학습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기면 강한 학습동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녀의 수준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도전해 성취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자. 실패의 경험보다는 성공의 경험이 훨씬 많아야 하는 나이가 바로 초등학교 1학년이다.
◆12년 학습의 첫걸음, 자기주도학습 습관 기르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조금씩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학습계획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자녀와 함께 오늘 또는 주단위로 공부할 과목이나 분량을 정해놓고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할 일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게 시간 관리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학습 분량이나 시간을 조절해주는 정도로만 이끌어주되, 자녀가 계획을 잘 지켰다면 충분하게 칭찬해 성취감을 주는 것이 좋다.
◆많이 아는 것만큼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중요
요즘은 많이 알아도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시대가 됐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만큼 여러 정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고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자녀가 표현하게 하려면 학습과정 속에 끊임없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표현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리적·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의사소통 능력은 이러한 학습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고 어색한 일이 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1학년 때부터 자녀가 배운 내용을 발표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시끄러운 교실환경 속에서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또한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습과정 속에서 아이가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자녀가 도전할 만한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사고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하교 후에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질문을
자녀가 학교에 다녀왔을 때 일단 부모는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아보려고 질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지식 위주의 질문이나 교사를 평가하는 방식의 질문, 구체성이 떨어지는 질문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오늘 뭐 배웠어?” 보다 “오늘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어?”,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셨어?”라기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 너는 무슨 생각이 들었어?”, “예전에 알고 있는 게 생각난 게 있었어?”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그거 다 아는 거잖아?”, “너 그건 동화책에서 다 봤잖아”와 같은 지식 위주의 말이나 “다른 친구는 너보다 잘했어 못했어?” 등 비교하는 말은 좋지 않다.
수업에서는 새로운 것만을 배워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의미가 있다. 이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부모의 질문을 통해서 가능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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