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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반(反)파커 주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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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69). 그의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미국인인 그는 국제와인업계의 ‘신’과 같은 존재이지요. 파커 점수가 몇점이냐에 따라 와인의 판매량에 엄청난 영향을 주지요. 국내 소비자들도 마트나 와인숍에서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파커 점수를 종종 봤을 겁니다.

문제는 그의 입김이 너무 강력하다는 점입니다. 파커 점수에 따라 와인 가격이 출렁이고 유독 미국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답니다.

이 때문에 파커 점수에 반감을 품고 공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생겨나는 실정입니다. 실제 와인 한 병을 만들기까지는 매일 포도밭에 나가 지극 정성을 쏟는 농부의 땀과 최고의 와인을 빚기 위한 와인메이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이를 제쳐놓고 한 인간이 지극히 주관적인 혀로 점수를 매겨 와인을 서열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최근 ‘반(反)파커 주의’를 내세운 ‘스코어레볼루션(Scorevolution)’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답니다. 점수 평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으로 이를 주도하는 대표 와이너리가 ‘헤지스 패밀리 에스테이트(Hedges Family Estate·사진)’입니다. 헤지스는 파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와인을 만들기를 거부하고 샘플 와인도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는군요.

국내시장에서도 파커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수입업체가 와인숍, 마트, 백화점 등에 새 와인을 납품할 때 파커 점수가 몇점인지를 가장 먼저 묻고 이를 납품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파커가 와인 대중화에 미친 지대한 영향은 인정해야 합니다. 와인을 잘 몰라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 점수만 보고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으니까요. 그렇다면 파커 점수가 높다면 맛있는 와인일까요. 글쎄요. 와인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남들이 다 맛있다 하더라도 나한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파커 점수는 그냥 참고만 하고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보세요. 가격과 브랜드를 떠나 내 입맛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내는 기쁨, 이것이 바로 와인을 마시는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랍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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