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이상범죄 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 수록된 이 사건은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피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신적 문제가 발견됐다는 점에서다.
경찰은 ‘이상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46건의 △묻지마 △분노·충동 조절 실패 △기타 비전형적 이상범죄를 분석해 이 보고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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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 지난 17일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아래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남제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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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에 지난 17일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희생된 20대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지들이 가득 붙어 있다. 아래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인형 등이 놓여 있다. 남제현 기자 |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간주한다. 하지만 김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씨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 성격을 규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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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상범죄자의 상당수(54.3%)한테서 정신질환이 발견된 점이 시선을 끈다. 김씨 역시 2008년 1개월, 2011·2013·2015년 각 6개월 동안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지난 1월 퇴원 당시 주치의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프로파일러의 1차 심리면담 결과 김씨는 여성한테 피해를 당한 구체적 사례 없이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고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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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김승환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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