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여자프로농구 첼시 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마이애미=최형창 기자 |
평일 낮시간이었지만 문을 두드리자 첼시 리가 직접 나왔다. 회색 민소매티에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한국인을 만나자 첼시 리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첼시 리는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시즌 때보다 마른 모습이었다. 첼시 리가 먼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기자는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왔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솔직한 심경을 들어보고 싶다”고 답했다.
첼시 리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2분 뒤 다시 나왔다. 그는 “내 에이전트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당신은 누구냐”고 질문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온 기자다. 거짓으로 한국에 왔는데 한국 농구팬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첼시 리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과 함께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만 되풀이했다.
증거를 남기려고 사진을 찍자 첼시 리는 문 밖으로 나오더니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스마트폰을 빼앗으려고 했다. 첼시 리의 요구에 기자가 먼저 사진을 삭제했다.
첼시 리는 “나는 당신들과 할 말이 없다. 돌아가라”는 말만 남긴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간 집 주위를 서성이자 첼시 리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나와 “우리집 사진을 찍지 말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시즌 WKBL에서 뛰던 첼시 리 모습. WKBL 제공 |
지난 시즌을 마치고 미국여자프로농구 (WNBA) 입단을 타진하던 첼시 리는 성적부진으로 방출됐다. 이후 WKBL에서 한 시즌를 사기로 뛴 사실이 밝혀졌고 주요 외신에도 다뤄져 현재 마땅히 뛸 팀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 리는 지난 시즌 자신과 부친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해외동포선수 자격을 얻어 국내 선수와 동등한 조건으로 여자프로농구 한 시즌을 누볐다. 신인왕과 득점상 등 6개 부문을 싹쓸이했지만 문서 위조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즌이 끝난 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으로부터 영구제명됐다. 한편, 첼시 리 사태 이후 전 소속팀인 KEB하나은행은 구단주와 감독을 교체하고 공식사과했지만 그를 승인한 여자농구연맹(WKBL)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않아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마이애미=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