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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에 치중한 퓨전사극… 역사성도 없고 너무 식상하구려

입력 : 2016-10-03 20:36:31 수정 : 2016-10-03 20: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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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보보경심 려’ 혹평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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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되었습니다.’

퓨전사극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과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보보경심 려)가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 내보내는 ‘경고문’이다. 매회 등장하는 이 경고문에는 ‘드라마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으므로, 사실 여부에 민감해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비슷한 퓨전사극이 판을 치는 가운데, 이들 드라마의 ‘역사성’과 ‘재미’가 모두 실종됐다. 초기 퓨전사극이 저마다 역사왜곡 논란에도 ‘참신하다’는 평을 받은 반면 최근에는 역사적 개연성이 떨어지는 뻔한 전개로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현재 지상파를 통해 방영 중인 퓨전사극은 총 3편에 달한다. KBS2 ‘구르미’와 SBS ‘보보경심 려’, MBC ‘옥중화’ 등 방송사별로 1편의 퓨전사극을 방송하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KBS1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유일한 정통 사극이다.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구르미’는 조선시대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했다. 동시간대 경쟁 중인 ‘보보경심 려’는 고려 태조 왕건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들 드라마의 큰 줄기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초점은 로맨스에 맞춰져 있다. ‘구르미’는 효명세자 이영(박보검)과 남장내시 홍라온(김유정)의 로맨스를, ‘보보경심 려’는 21세기에서 고려로 시간 이동한 해수(이지은·가수명 아이유)와 8황자의 로맨스를 그린다.

로맨스가 극의 중심을 이루면서, 실제 역사적 사건들도 로맨스를 위한 장치로 둔갑한다. ‘구르미’는 8회 방송에서 조선 후기의 농민전쟁 ‘홍경래의 난’을 전개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여주인공 라온이 왕실을 위협하는 홍경래의 여식으로 밝혀지면서 왕세자 이영과의 애정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보보경심 려’는 로맨스의 비중이 더 크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고려시대가 아니라 가상시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역사성이 떨어지는 이들 드라마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세운 것은 ‘연기자’와 ‘설정’이다. ‘구르미’는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박보검과 아역배우 출신 김유정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보보경심 려’는 아이돌 출신 이지은과 백현, 모델 출신 홍종현과 남주혁 등 10∼20대로부터 인기가 많은 청춘스타를 대거 내세웠다. 여기에 현대극에서 숱하게 등장한 ‘남장여자’와 ‘타임슬립’까지 가져왔다. 드라마가 청춘스타들에게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히기 위해 사극으로 연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퓨전사극이 장르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기의 퓨전사극인 ‘대장금’, ‘성균관 스캔들’ 등이 참신한 소재로 호평을 받은 반면, 이후의 퓨전사극들이 종전의 공식을 답습하는 등 제자리걸음 중이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 ‘덕혜옹주’나 ‘밀정’과 같은 역사 콘텐츠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퓨전사극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반기 방송한 SBS ‘육룡이 나르샤’가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육룡이 나르샤’는 그동안 사극에서 숱하게 등장한 조선의 건국사를 다뤘지만, 6명의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전개로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6명의 인물은 3명의 실존 인물과 3명의 가상인물로 설정해, 역사성과 흥미요소를 적절히 배합했다는 의견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의 퓨전사극은 새로운 상상력 없이 기존의 코드들을 재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좀 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여러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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