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카시 지음/황선종 옮긴이/어크로스/1만4000원 |
멀쩡한 사람이 불법 다단계에 빠지고,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는 유복한 가정환경의 엘리트가 많다. 그들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한다는 것을 모른다. 이를 심리 조작에 걸렸다고 한다. 심리 조작은 교묘하게 사람을 조종한다.
일본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이 책에서 심리 조작의 원리를 풀이했다.
저자는 똑똑한 사람들이 꼭두각시가 되는 이유로 불안한 내면을 꼽는다. 꼭두각시가 되는 유형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늘 타인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존성 인격장애’,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피암시성’, 높은 이상을 꿈꾸는 한편 마음속에 열등감을 지닌 ‘불균형한 자기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이 약해진 ‘스트레스와 고립감’, 주변에 믿고 의지할 대상이 없는 ‘취약한 지지 환경’ 등이다.
이 가운데 의존성 인격장애는 공통적이다. 심리 조작에 걸린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판단을 의존하고 항상 타인의 안색을 살피는 것이다. 자기를 대신해 결정해줄 사람이 없는 주변 상황에 불안을 느낀다. 같은 환경이라도 심리 조작에 잘 걸리는 사람은 심약한 마음 밭을 갖고 있다.
심리 조작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독재 정권이나 민주주의 정부 가릴 것 없이 여론을 움직일 때, 마케팅 분야에서 물건을 선전할 때, 영업사원이 고객을 상대할 때 심리 조작이 동원된다.
심리 조작은 터널의 이치와 같다. 터널은 외부로부터 차단됐고 입구에 들어가면 출구까지 빛이 없다. 터널과 같은 환경에서는 시야 협착 증상에 걸리기 쉽다. 즉 자신도 모르게 특정 가치관에 지배당한다.
저자는 “결국 심리 조작의 본질은 속이는 행위”라고 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부분 두려움과 증오, 불안 등이 내재되어 있다.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낸다. 이른바 ‘파블로프의 가설’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이들의 행동 원리를 설명해준다. 심리 조작 문제는 결국 주체적인 삶으로 모아진다. 고독한 사람들은 대부분 보편적 가치와 애정에 굶주려 있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쉽게 배신하지 못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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