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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전향' 채선아 "저는 '수비 몰빵' 선수, 리베로에 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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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6 06:00:00 수정 : 2016-11-16 0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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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선두 질주 중인 IBK기업은행에는 현재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 주전 세터 김사니(35)의 부상이다. 김사니는 지난 8일 GS칼텍스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11일 흥국생명전과 15일 도로공사전에 이고은이 선발 출장해 그런대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둘. 리베로 자리다. IBK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V-리그의 강호 자리에 오르기 시작한 2012~13시즌부터 코트 후방은 남지연(33)이 지켜왔다. 2010년 창단 후 처음으로 참가한 2011~12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IBK기업은행은 GS칼텍스와의 2대2 트레이드(남지연, 김언혜↔이나연, 김지수)를 통해 남지연은 새 유니폼을 입었고, 코트 후방에서 살림 꾼 역할을 톡톡히 하며 IBK기업은행의 챔프전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이끌었다.

그런 남지연이 최근 활동 반경이 크게 줄었다. 노쇠화가 올 만한 나이기도 하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다. 이정철 감독은 15일 도로공사전을 앞두고 “남지연이 지금 골반에서 허리로 연결되는 부분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의사 소견 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본인이 부상이 재발될까 두려운 마음에 제대로 몸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감독은 “그래서 오늘 리베로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남지연과 ‘더블 리베로’(리시브 상황 남지연, 디그 상황 노란)로 나선 노란이냐고 묻자 “아니다. 채선아가 오늘 리시브와 디그 상황에 모두 리베로로 나서고, 노란은 원포인트 서버로 나선다”고 답했다. 2012~13시즌부터 IBK기업은행의 주전 레프트로 떠올라 지난 시즌까지 남지연과 함께 코트 후방에서 리시브와 디그 등 궂은 일을 전담하던 채선아가 본격적으로 리베로로 전향하게 된 것이다. 

이날 채선아는 상대 서브 17개 중 9개를 정확히 받아올렸고, 1개를 실패해 리시브 정확도 47.06%를 기록했고, 12개의 디그를 걷어올리며 리베로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채선아가 코트 후방에서 제 몫을 다 한 IBK기업은행은 도로공사를 3-0으로 누르고 승점 16(5승2패)으로 2위 그룹 흥국생명, 현대건설(승점 11, 4승2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경기 뒤 이정철 감독은 ‘리베로’ 채선아의 활약에 대해 “안정감도 있었고, 괜찮았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좋은 채선아가 들어가 코트 위에서 활력을 보여준 것이 좋았다. 볼 다루는 것도 흡족했고, 앞으로 리베로로 정착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다음 경기에도 별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리베로로 중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채선아는 승리 수훈 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신인급 시절에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 때면 쑥쓰러운 미소로 단답형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던 채선아는 프로 6년차가 된 지금도 여전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전효성 닮은 꼴’로 나온 게 기억나 “오~전효성이다”라고 농을 던지자 “아~ 왜 그래요”라며 쑥쓰러워 했다.

본격 리베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묻자 전효성은 “경기에 들어가면서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먼저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도 했다. 올 시즌 두 번째 하이파이브였던 것 같다. 기분 좋았어요”라면서 “감독님이 확실히 유해지신 것 같아요. 예전보다 윽박지르는 것도 줄고요”라며 달라진 이정철 감독에 대한 얘기도 늘어놓았다.

본래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리베로로의 전향도 할 수 있었지만, 공격수로서 리베로 전향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고 묻자 “저야 뭐 공격이 좀 안되니까요. 저는 ‘수비 몰빵’하는 리베로가 편해요. 수비랑 리비스에만 전념하면 되니까요 제게 더 맞는다고 생각해요”라면서 “리베로로 들어가니 레프트 공격수로서 뛸 때보다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고요”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몇 시즌 간 공격수로 뛰었다보니 상대 토스나 이런 것을 보면 수비 위치를 잡는 데 ‘아주 조금’ 도움되긴 한다”며 씩 웃었다. 

채선아는 지난 시즌엔 전새얀(도로공사로 이적)과 레프트 한 자리를 경쟁하긴 했지만, 주전은 채선아였다. 올 시즌 전새얀과 유니폼을 바꿔입은 김미연이 들어오면서 채선아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김미연은 리시브에선 채선아보다 뒤지지만, 공격이나 서브에서는 채선아보다 낫다. 이정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리쉘이 리시브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채선아 대신 김미연을 주전으로 중용하고 있다. 웜업존에서 이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냐고 묻자 “미연이가 공격적이니까 팀에는 더 도움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레프트 한 자리가 흔들리면 들어가는 역할을 하면서 조용히 리베로를 준비했죠”라고 답했다. 김미연도 공격수 치고는 단신인데 선수로서 경쟁심이나 승부욕은 생기지 않았냐고 묻자 “미연이는 1m77이고, 저는 1m74밖에 안돼요”라며 웃었다.

채선아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한다. IBK기업은행이 올해로 창단 6년차를 맞으면서 그와 함께 창단 멤버였던 김희진이나 박정아 등 팀에 다수의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는다. 이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하냐고 묻자 “아무래도 그런 얘기는 민감하니까요...”라면서 인터뷰실에 들어온 IBK기업은행 홍보팀 관계자 눈치를 슬쩍 봤다. 채선아가 만약 FA 시장에 나온다면 수비력 보강을 위한 팀에는 좋은 카드가 될 법하다. 레프트와 리베로 두 포지션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채선아는 “그건 그렇네요. 아직은 FA에 대한 생각보다는 새 포지션에 대한 적응이 먼저죠. 열심히 하다보면 FA 같은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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