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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우리라고 어렵단 것 모를까요" 눈물로 탑 세우는 고시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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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1 18:15:27 수정 : 2017-02-11 18: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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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째 세운 '법전탑'에도 사시존치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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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어렵다는 것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절박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법전(法典)탑’을 세우는 고시생들의 얼굴엔 착잡함과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15차 촛불집회’가 열린 11일 오전에 트럭을 타고 광장을 찾은 고시생들은 ‘민법개론’, ‘헌법’, ‘국회법’ 등 한 눈에도 두꺼워 보이는 수험서 2000권을 조심스레 쌓아올렸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고시생모임)의 이종배(39)씨는 “우리라고 (사법시험 존치가)어렵다는 것 모르겠느냐”면서 “인생의 전부였는데 아무 것도 안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만들어진 고시생모임은 이날 촛불집회를 찾아 정부의 사법시험 폐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벌써 6주째에 접어든 ‘법전탑’이지만 사시존치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는 커녕 여론이 악화하면서 고시생들의 답답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은 “공부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데다 불안감만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사법시험 부활은 어렵다”고 최근 입장을 밝히면서 사시존치는 한층 불투명해졌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광장을 찾은 고시생 이미현(32·여)씨는 “사법질서와 성과제도는 공정성이 생명”이라며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로스쿨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수년 전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그에게 광장에 나선 이유를 묻자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누구라도 법조인을 꿈꾸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고 답했다.

고시생모임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라고 지적하며 “국가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려면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또 “사시는 집안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든 실력만 있으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공정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사법시험 폐지에 반대한다’는 팻말에 스티커를 붙이던 시민 김모(34)씨는 “로스쿨은 ‘있는 사람들’만 가는 것 아니냐”며 “추운데 고생하는 고시생들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국가에서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고시생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담은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과 관련해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시생모임 측은 “법안과 관련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정치권에서 읽어줬으면 한다”면서 “나이·학점·스펙 등 ‘유리천장’이 버젓이 존재하는 로스쿨 제도로는 공정한 사법질서를 만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내년 말 폐지가 예정된 사시를 둘러싸고 ‘존치’와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2015년 12월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고시생들은 헌법상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내세우며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지난해 9월 변호사시험법 조항에 대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심판 청구 대상 조항은 다르지만 헌재는 앞서 2012년 4월24일에도 변호사시험법 제5조 제1항 등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에 관한 위헌심판에서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63년부터 55년간 이어진 사시는 올해 12월31일 폐지될 예정이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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