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자영업자 안모(61)씨는 15일 오후 종합병원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그는 “잠자리에만 들면 별의별 생각이 스쳐가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눕기만 하면 자녀의 취업 걱정, 장사 걱정, 어지러운 나라 사정 등 잡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 몇 번이고 일어섰다 누웠다를 반복해야 했다.
그는 하루 3시간 밖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한 달이 넘었다고 한다. 그는 “술에 의지해서 억지로 잠을 자고 있지만 이 마저도 한 번 깨면 다시 잠을 자지 못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은 세계수면학회(WASM)가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수면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이 수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에만 50만5685명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 환자는 2013년 42만 명, 2014년 46만 명에 이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40.3%는 50~60대로 장년층일수록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수면장애를 겪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면제에 의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60대 주부 임모씨는 매일 밤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임씨는 “밤 10시마다 수면제를 먹고 11시쯤 잠이 들지만 요즘은 중간에 자주 깨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수면제가 몸에 좋지 않은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자려면 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면제 처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졸피뎀, 트리아졸람 성분이 들어간 수면제 청구는 738만건에 달했다. 이는 2011년보다 37%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않고 수면제를 복용하면 수면구조가 손상되어 더 심한 불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면증의 원인으로는 불규칙한 생활습관, 주변 환경요인, 수면질환 외에 우울증과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도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허경 수면건강센터장은 “3주 이상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정신의학과 이은 교수는 “동일한 시간에 눕고 동일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워서 잠을 청하지 말고 잠이 올 때 누워 생각을 없애는 것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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