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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세대'에게 물었다…그들이 기억하는 그날

입력 : 2017-04-16 16:22:16 수정 : 2017-04-16 16: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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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촛불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 8번 출구 앞에는 세월호 탑승객들을 상징하는 구명조끼와 이들의 넋을 기리는 꽃이 놓여 추모 의미를 더했다.

“4월16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경희대에 재학 중인 이지은(20)씨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당시 기억을 끄집어달라고 부탁하자 대뜸 이렇게 답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0차례 넘게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기말고사 기간에도, 감기로 몸살을 앓았을 때도 촛불을 들었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광화문광장을 찾았던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학 기억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집회 '출석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이씨는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적폐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그 중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도 중대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나와 같은 고교 2학년이었던 친구들이 참사를 당한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눈물지었다. 

이씨처럼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고교 2학년이었던 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20살이 됐다. 참사를 겪었던 경기 안산의 단원고 학생들과 또래였던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일로 느끼고 공감하고 있었다. 다른 연령대보다 강한 동질성을 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믿을 수 없었다”

대학생 최인환(20)씨도 그렇다.

최씨는 “‘설마’라는 단어를 10번도 넘게 말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1교시 수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아침자습을 끝내고 친구들과 매점에서 간식을 사와 먹던 중 한 친구가 “제주도로 가던 한 수학여행 배가 침몰했다”며 “그래도 다행히 구조에 성공했다”고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2교시 수업 도중 최씨는 당시 역사 교사를 통해 해양경찰의 공식 발표를 들었다. 세월호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 구조됐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구조하지 못한 이들 중 대부분이 자신과 같은 고교 2학년생들이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함께 전달받아야 했다.

최씨는 당시에도 친구들과 "그래도 설마 구조하겠지…”라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모(20)씨 역시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장면들을 보며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고 뒤돌아봤다.

유씨는 “처음에 세월호 탑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를 봐서 그런지, 후속 보도가 쉽게 와 닿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유씨는 점심 때 교실에서 친구들과 급식을 먹으면서 세월호 관련 뉴스를 시청했다. 몇몇 친구는 “진짜로 구조를 못 한 거냐”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고 “그러면 처음에 왜 다 구조했다고 발표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던 친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 역시 “오후쯤이 되어서야 나와 같은 어린 학생들이 큰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 닿았고, 무섭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우리는 ‘세월호 세대’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고교 2학년생이었던 이들은 ‘세월호 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을 그 누구보다 공감하고 나눈 데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특히 전국적으로 고교 수학여행이나 봄 소풍 등이 몰려 있었던 4월에 일어난 일이라 먼저 이들 행사를 치렀거나 앞으로 예정이었던 동년배로서 자신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던 만큼 남다른 연대감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1주일 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진유영(20)씨가 그렇다.

진씨는 “우리가 다녀온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려다 사고가 난 것을 알고 더 공감이 갔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수학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과 즐거움을 알기에 소식을 듣고 더욱 슬플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참사만 아니었으면 제주도에서 즐겁게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지금쯤 우리처럼 예쁘고 멋진 대학생이 됐을 거예요”라며 “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진상규명 등 앞으로의 과제에 목소리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세대’들이 재학 중인 대학에서는 당시 참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얼렸다. 숙명여대의 ‘4·16을 기억하는 숙명인 모임’은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 주간’을 정하고 추모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상영회 등을 열었다. 지난 13일에는 학내 강의실 한켠에 당시 숨진 단원고의 학생을 추모하는 '기억 교실'이 마련하기도 했다.

세월호를 기억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세대 모임 ‘기억’은 지난 6일 세월호 관련 영화를 상영했다. 사회과학대 자치도서관에 마련된 간이 영화관에서 학생들은 '꽃바다'와 '세월오적' 등을 관람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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