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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과학발전 위해 혹한과 싸워도…투표할 수 없는 그들

입력 : 2017-04-23 08:00:00 수정 : 2017-04-23 10: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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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인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켜 참정권이라 부른다. 정치적 기본권의 일종이다. 정치적 기본권은 주권자로서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표명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국가 의사 형성에 협력하는 일련의 정치적 활동권을 뜻한다.

내달 9일 대선을 앞두고 유세 중인 후보를 보는 국민들의 눈이 날카롭다. 소중한 1표 행사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는 이들도 눈에 띈다.

거소투표라는 제도가 있다. 군부대나 함정에 머무르는 군인, 경찰관, 병원·요양소·교도소 기거 환자, 입소·재소자, 장애인, 외딴 섬 거주자 등 비교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거소투표 대상자는 전국을 통틀어 총 10만1089명이다. 지난해 4월 열린 제20대 총선의 9만7354명보다 약 4000명 많다.

선상투표도 있다. 말 그대로 배에서 진행하는 투표다.

국민의 4대 의무를 지키고도 선거 무렵 배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 원양선원들이 지난 2005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 공직선거법 제38조(부재자신고) 제3항과 제158조(부재자투표) 제4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도입된 제도다.

선상투표는 2012년 열린 제18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이번 대선의 선상투표 대상자는 총 4090명이다. 제20대 총선의 선상투표 대상자는 총 2849명이었다.

물론 이들은 말 그대로 대상자일뿐 실제로 투표에 얼마나 참여할 지는 알 수 없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이곳에는 총 17명의 월동연구대원이 생활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재외국민 투표, 선상투표 그리고 거소투표 등 국민들의 선거 참여를 위한 장치가 있음에도 아직 이 같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극 세종 과학기지와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우리나라 과학발전을 위해 애쓰는 월동연구대원들이다. 두 기지에는 총 30여명의 대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과학기지 운영을 담당한 극지연구소에 물었더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원들이 선거에 참여한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학기지는 배가 아니어서 선상투표를 할 수 없고, 남극에는 재외공관이 없어서 재외국민 투표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상투표도 선원을 대상으로만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남극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공관은 앵커리지로 생각된다”며 “현행법상 공관이 있는 곳에서만 기본적으로 재외국민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데, 남극 기지에 계신 분들이 앵커리지까지 다녀오시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두 남극 월동연구대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하지만 대원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전혀 없는 상태다.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혹한과 맞선 그들에게는 1표를 던질 길이 없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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