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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산책] 행위미술 원로 작가가 뿔난 까닭은

입력 : 2017-07-11 21:27:07 수정 : 2017-07-11 21: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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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미술의 국제화가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내수시장의 타개와 저평가된 한국현대미술의 위상 제고를 위해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단색화에 대한 관심 촉발의 뒤를 이을 새로운 대안으로 한국 아방가르드나 민중미술 등이 운위되며 이들 전시의 빈도수도 늘고 있다. 국제화 과제를 위해서는 한국현대미술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결되고 이를 국제적 맥락에 적합한 내용으로의 콘텐츠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미술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검증절차 없이 기획되는 전시가 늘고 있어 걱정이다.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전시 중인 ‘리허설 프롬 더 코리안 아방가르드 퍼포먼스 아카이브’(Rehearsals from the Korean Avant-Garde Performance Archive)전이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과 공동기획한 이 전시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소개함은 물론 작가들과 중요 작품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를 담아내지 못하는 등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의 전시를 기획하게 되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전시 리플릿에는 한국행위미술의 선구자이며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원로 김구림의 작품 도판이 한 점도 실리지 않았다. 또한 작가의 테이트 모던의 소장 작품이기도 한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를 공동작품이라 소개한 연구자의 글을 수록하는 등 결과적으로 작가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하여 배포하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당초 아카이브전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달리, 특정 작가의 경우 실제 작품전시와 개막 당일 특별초청 퍼포먼스까지 시연케 하는 등 형평성에도 의구심을 초래했다고 한다. 전시계획에 대한 정식 서면통보나 계약 없이 개별 작가에게 구두 공지만으로 전시를 진행한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면 특정작가를 부각시키기 위한 모종의 상업적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으며, 80평생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험은 처음이라며 저작권 문제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며 분노하고 있다.

김 찬 동
전시기획자·전 아르코미술관장
이번 전시는 선한 의지로 출발했지만, 과정상의 불투명성과 전문성의 미흡에서 초래된 시행착오로 보인다. 이는 작가 개인의 명예훼손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미술의 자존과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다. 런던문화원 측은 유인물의 배포를 중단하며, 이를 재제작하는 등 수습책을 내놓고 있다 한다. 국가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부 수행의 전시인 만큼 여러 가지 불필요한 오해나 우려에 대한 불식을 위해서라도 진행과정과 절차를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고, 오류가 있다면 조속한 원천적인 시정이 필요하다. 이번 일이 한국미술 세계화 전략과 추진 방식에 경종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찬동 전시기획자·전 아르코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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