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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표정을 만들어주는 제유성 그림…찬란한 낙원 인가,태초의 풍경인가

입력 : 2017-09-11 17:58:25 수정 : 2017-09-11 17: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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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번 여름은 지독하게 덥고 습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피난처는 작업실이었다. 300호 캔버스와 마주섰지만, 부담을 압도하는 설렘과 성취가 한 여름을 잊게 했다. 일상과 작업이 반분(半分)하고 있는 삶속에서 화폭은 ‘일상의 나’를 치유하고, 무한한 상상력과 환희를 안기는 그 무엇이다. 캔버스는 나의 몸에 잠들어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깨운다. 심연의 무의식으로부터 비정형적인 모양과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캔버스를 채워가는 나는 온전한 자유의 전율을 느낀다. 보는 이들이 원형과 표상의 통일, 현실과 가상의 유기적 연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공존을 바라보며 시각적 즐거움과 상상의 확장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제유성의 개인전 ‘Prototype’(原型)이 25일까지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열린다. 다양한 크기의 20여개의 캠퍼스에 오직 유화물감만을 사용해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상징성들을 재현하는 작가다. 성실하고 집요하게 파고든 무의식 속의 피사체들은 관람자를 자유롭고 유동적이며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그의 그림들은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가는데 태초와 원시적 풍경처럼 생각되는 묘사에서 아름답고 찬란한 낙원을 상상하게 한다.

때때로 그림은 작가 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 망망대해 같이 하얗던 캔버스에 내 의식의 형상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면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만나게 되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에서 행복이 뽕뽕 튀어나온다는 반응이 여기에서 비롯된 듯 하다. 다양한 형태와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뿜어내는 에너지에서 막막하지만 환희에 벅차 설레였을 작가의 신명이 짐작된다. 그 속에서 천진난만한 감성도 발견할 수 있다. 가볍게 쌓은 듯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레이어에선 진지함마저 느껴진다.

그림속에서 작가의 시각적 자유로움을 함께 유영하다보면 어느덧 환한 표정에 이르게 된다. 제유성 그림의 미덕이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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