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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시대 왕이 사랑한 보물을 만나다

입력 : 2017-09-21 19:15:40 수정 : 2017-09-21 1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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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드레스덴박물관 명품전 / 독일 작센의 선제후 아우구스트 1세 / 동양자기 모방 ‘마이센 자기’ 제작 성공 / 당시 유럽서 ‘하얀금’으로 귀한 대접 / 궁전에 박물관까지 짓고 예술품 수집 / ‘태양가면’ ‘다이아몬드 장식 검’ 화려 1710년 국영 도기공장이 들어섰던 독일 마이센은 유럽 도업의 발상지이자 유럽 최고의 도자기 산지다. 흰 바탕에 푸른 문양이 들어간 ‘마이센 자기’는 300여 년의 명맥을 이어온 독일 명물이다.

마이센 자기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독일 작센의 선제후였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1670∼1733)다. 중국과 일본 도자기에 애착을 보였던 그는 동양 자기를 모방해 마이센 자기를 빚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건왕’으로 불리는 아우구스트 1세와 그가 모은 예술품을 소개하는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설립 457주년을 맞은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은 15개 박물관의 연합체다. 이번 전시에는 드레스덴박물관연합을 대표하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의 소장품 130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강건왕’으로 불리는 아우구스트 1세는 동양 자기에 대한 애착으로 ‘마이센 자기’를 탄생시켰다. 사진은 중국 도자기(왼쪽)와 마이센 자기.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자기는 당시 유럽에서 ‘하얀 금’으로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아우구스트 1세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를 모방해 유럽 최초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의 말년에는 중국 도자기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박경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아우구스트 1세는 엘베 강변에 도자기 궁전을 만들려고 했지만, 완공 전에 숨을 거뒀다”며 “마이센 도자기는 아우구스트 1세 시대에 이미 유럽에서는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아우구스트 1세가 구상했던 도자기 궁전이 부분적으로 재현됐다.

아우구스트 1세는 수집욕이 상당했다. 프랑스 루이 14세(1643~1715)를 모델로 삼았던 그는 화려한 물건들로 절대 군주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1709년 폴란드 왕으로 복귀한 것을 기념으로 만든 ‘태양 가면’이 대표적이다. 위압적인 형태의 가면은 아우구스트 1세의 얼굴을 본떠 구리로 만들고, 그 위에 금을 덧씌웠다. 그가 사용했던 검의 손잡이에는 911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 이 역시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의장용 검이다. 이 밖에도 화려한 물건들을 모아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궁전에는 박물관을 만들어 왕실의 위세를 자랑했다. 박 학예연구관은 “아우구스트 1세와 그의 아들의 치세가 작센의 전성기였다”면서 “아우구스트 1세는 예술품 수집에 열을 올렸을 뿐 아니라 유물을 전시할 공간을 설계하고 축제도 기획했던 탁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아우구스트 1세가 사용했던 91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칼.

전시에는 초고화질 사진을 이용한 연출기법이 도입됐다. 이른바 ‘확대사진기술’을 통해 ‘무굴제국 아우랑제브 황제의 왕좌’ 등 전시되지 않은 작품을 세밀한 대형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박물관에서 독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18세기 바로크 예술을 꽃피운 왕인 아우구스트 1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 맞춰 방한한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박물관연합 총관장은 “바로크 시대 유물에 대한 단순 소개를 넘어 당시의 문화 다양성과 국제적 교류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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