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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지원금 7000만원도 거절… 결국 무산된 평창올림픽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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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5 18:42:45 수정 : 2018-02-05 18: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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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시범경기에 해당하는 ‘아이스클라이밍(Ice Climbing) 쇼케이스’가 끝내 무산됐다. 주최 측인 대한산악연맹은 쇼케이스가 취소된 이유로 재정 부족 문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연맹이 쇼케이스 개최를 위해 자체 배정한 예산 1억2000만원 중 절반이 넘는 700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선수들은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인 한국의 저력을 안방에서 제대로 보여주려 했는데 쇼케이스가 취소돼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아이스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 박희용(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이 지난해 경북 청송에서 열린 국제산악연맹(UIAA) 월드컵에서 빙벽을 오르고 있다. 박희용 제공
거대한 인공 빙벽을 오르는 아이스클라이밍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 처음 쇼케이스를 했다. 소치 대회 당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직접 쇼케이스 현장을 찾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에 국제산악연맹(UIAA)은 평창 시범을 거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클라이밍을 정식 종목으로 승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의 전통무예인 태권도가 1988년(서울)·1992년(바르셀로나) ‘시범 종목’을 거쳐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과 비슷하다.

‘아이스클라이밍 정식 종목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UIAA는 2016년 12월 IOC로부터 평창에서 아이스클라이밍 시범경기를 열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 한국은 2013시즌 세계랭킹 1위 박희용(36)과 ‘빙벽 여제’ 송한나래(26) 등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한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이다. 그러나 지난 1일 대한산악연맹이 정기총회를 열어 쇼케이스 취소를 결정해 정식 종목 채택을 꿈꾸던 선수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가운데)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개최된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시범경기)에서 빙벽을 체험하며 활짝 웃고 있다. 당시 쇼케이스는 IOC 위원들의 호평을 받아 동계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키웠다. 국제산악연맹 제공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를 소치 대회처럼 소규모로 열면 빙벽 구조물 수송과 재설치 등에 1억~2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중 UIAA가 일부를 부담하고 연맹 부담금은 1억2000만원이다. 이에 연맹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에 쇼케이스 지원금을 요청했다. 문체부는 오는 3월 열리는 2018 아시안컵 산악스키대회에 배정된 예산 3800만원을 쇼케이스 개최 비용으로 돌리고, 지난해 종목별 예산 잔여금 3200만원을 더해 700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연맹도 애초 “아시안컵은 연맹 자체 예산으로 해결하겠다”며 지원금을 받기로 했지만 돌연 지원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맹 관계자는 “총회에서 굳이 우리 돈을 써가면서 쇼케이스를 개최할 정도로 대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UIAA가 연맹에 지우는 부담금이 너무 과도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쇼케이스 취소는 연맹의 오랜 내홍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맹은 산악스키는 물론 아이스클라이밍이 소속된 스포츠클라이밍까지 주관하고 있다. 그런데 종목별로 계파가 갈리면서 아이스클라이밍 지원을 오래전부터 등한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 빙벽의 ‘맏형’ 박희용은 “현 연맹 지도부는 아이스클라이밍을 잘 알지 못해 지원할 의지조차 없다. UIAA에서 쇼케이스 개최를 위해 3만유로를 지원준다고 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며 “동료는 물론 외국 선수들까지 연맹의 무능 때문에 안방에서 쇼케이스를 열지 못해 국제적 망신이라며 안타까워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연맹은 10~11일 진행되는 ‘2018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쇼케이스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송 월드컵이 8년째 진행되는 정기 대회라 선수들을 눈속임으로 기만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이 대회를 IOC 관계자가 참관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앞으로 아이스클라이밍 역시 정부 국고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창=안병수, 이동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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