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신한·NH농협·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은행별로 26∼27일 기준 169만5000개 계좌 중 20.3%에 해당하는 34만4308개 계좌가 실명인증 완료됐다.
농협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각각 14만7868명(전체의 16.4%)과 2만7106명(27.1%)이 실명계좌로 전환했다.
기업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업비트에서는 57만명 중 13만2034명(23.2%)이, 신한은행 계좌를 사용하는 코빗에서는 12만5000명 중 3만7300명(29.8%)이 각각 실명인증을 완료했다.
실명계좌 전환이 부진한 것은 가입만 해놓고 이용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다 1월 가상화폐 가격 폭락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추가 입금을 하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통화(가상화폐) 가격이 정체돼 있다 보니 새롭게 돈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본다”며 “실제 이용자가 거래할 때 투명하게 입금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명계좌 발급을 받을 수 없는 신규 투자 수요다. 은행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4대 거래소에 한정된 개수의 가상계좌만 발급하고 있다. 이외의 거래소에서 가상계좌를 이용한 거래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음성화된 형태의 거래로 몰릴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가상화폐 ‘구매대행’이나 개인 간 거래를 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직거래를 규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돈만 받고 잠적하는 등의 사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명거래제 도입 이후 끝없이 치솟던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고 ‘묻지마 투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만큼 음성적 거래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실시 이후 남의 계좌를 빌려 거래하거나 개인 간 거래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잡아낼 자료가 없고 어떻게 거래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제재 법안을 만들거나 기존 법으로라도 규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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