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 안건이 우여곡절 끝에 어젯밤 겨우 처리됐다. 4곳의 사직 안건이 처리됨에 따라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은 12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야는 쟁점인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의 특별검사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18일에 동시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특검 선임은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야당이 2명을 선택한 뒤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최종 낙점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정상화된 것은 지난달 2일 방송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 이후 42일 만이다.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어제 사태는 정치권의 수준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회의원 사직 안건은 처리 시한을 불과 4시간 앞둔 시점에 가까스로 통과했다. 사직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면 4곳의 재보선은 내년 4월로 미뤄진다. 어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특검법안과 사직서의 동시처리를 요구하며 본회의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본회의장 앞에 진을 친 채 농성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정문을 우회해 입장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여야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했으나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 저녁이 돼서야 접점을 찾았다.
국회의 장기 파행은 일차적으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컸다. 야당이 요구하는 드루킹 특검을 이런저런 조건을 붙여 막아 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어제 다음, 네이트를 압수수색하는 등 드루킹 수사를 ‘포털 3사’로 확대하고 있지만 이미 검경은 수사의 신뢰를 잃은 처지다. 늑장 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검경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상황이 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특검에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하는 국민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 그 증좌다.
국회가 문을 열긴 했지만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선 ‘국회의원들이 국회 파행에 책임을 지고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한 국민이 81.3%에 달했다고 한다. 협치는 없고 대치만 있는 국회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막장 정치를 계속한다면 세비 반납이 아니라 아예 ‘국회 폐쇄’를 요구하는 국민이 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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