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서 유기된 라쿤 발견…"'라쿤 카페 금지' 등 대책 조속히 요구"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돌아다니는 외래종 라쿤(북미너구리)이 발견됐다.

24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음식점 테라스에서 라쿤이 배회하는 장면이 포착된 CCTV 영상을 입수했다.

지난 9일 촬영된 영상에서 라쿤은 테라스 바닥과 식탁을 코로 훑으며 먹이를 찾았다.

해당 음식점에 따르면 라쿤은 10월 초부터 수차례 테라스에 나타났으며, 창고에서 과자봉지를 뜯어 먹었다.

서교동 일대는 라쿤 카페가 밀집한 곳으로 어웨어는 누군가 라쿤을 내다 버렸거나 근처 카페에서 빠져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당 라쿤의 행방은 아직 알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음식점 테라스에서 라쿤이 배회하는 장면(빨간 동그라미)이 포착된 CCTV 영상을 입수했다. 지난 9일 촬영된 영상에서 라쿤은 테라스 바닥과 식탁을 코로 훑으며 먹이를 찾았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제공.

유기된 라쿤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충남, 작년 11월과 올 9월에는 제주에서 유기된 라쿤이 구조됐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한 라쿤은 서울대공원으로 이첩되었지만, 제주에서 발견된 라쿤 두 마리는 보호 중 안락사됐다.

유기된 라쿤이 번식할 경우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라쿤 사육을 금지하고 관상용 동물로 키우는 이들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라쿤이 아닌 사람에게 죄가 있다는 게 반기를 드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70년대 애완용으로 도입한 라쿤이 유기를 거쳐 야생화되면서 농작물 및 목조건물 등에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생기자 일본은 침입외래생물법에 따라 라쿤을 특정외래생물로 지정·관리 중이다.

지난 5월 이 의원은 카페, 음식점 등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일명 ‘라쿤 카페 금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라쿤과 사람의 무분별한 접촉은 라쿤 회충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심각한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라쿤 유기가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생태계에 적색경보가 들어온 것”이라며 “국회는 하루빨리 ‘라쿤 카페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할 뿐 아니라 개인이 사육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을 법으로 지정해 라쿤 같은 생태계 교란 위험 종의 애완용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