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다 민원 넣고, 쓰레기통 없다고 민원 넣고”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양심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부 시민이 음식물이나 음료를 함부로 버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물론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역에서 ‘관리의 어려움과 민원’을 이유로 역내 쓰레기통을 철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편하면 된다’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버리는 것은 공중도덕을 무시한 채 양심도 버린 행위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버스에 반입 금지된 음식물 기준. 사진= 통계청 블로그

◆“더럽다 민원 넣고, 쓰레기통 없다고 민원 넣고”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버스 내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는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은 비슷한 규제가 없어 지하철 이용 시 음식물 반입을 삼가하도록 시민의식에 기댄다. 그러나 일부 이용객은 아무렇지 않게 음식물을 들고 지하철을 타거나 내용물이 담겨진 채로 역내 쓰레기통에 버려 물의를 빚고 있다.

지하철 분리수통에 먹다 남은 음식이 버려졌다. 역은 일반쓰레기통까지 철거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내 지하철역 몇 군데를 돌아본 결과, 쓰레기통에는 음료가 든 재활용기나 먹다 남은 음식물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재활용 쓰레기통에는 일반 쓰레기도 마구 섞여 있었다. 미화원이 수거한 쓰레기를 보니 먹다 남은 음료를 모은 작은 통이 반 정도 차 있었다.

한 미화원은 “‘매일 그렇다’고 말하면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분리 없이 버린 쓰레기를 하루에도 수십 건 찾아내 처리한다”며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역이어서 그런지 먹다 버린 음식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리수거는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는 악취가 심하고, 음료는 처리하다 얼굴에 튀기도 해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관리의 어려움과 민원’을 이유로 역사 내 쓰레기통 일부를 치웠다는 지하철역에는 ‘쓰레기통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빗발쳐 난감한 상황이다. 해당 역 관계자는 “쓰레기통에 음식물이 있어 불쾌하다는 민원이 계속됐다”며 “한정된 인원으로 쓰레기 수거에 어려움을 겪어 쓰레기통 몇 개를 치웠더니 ‘쓰레기통이 없어 더럽다’는 민원이 제기돼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음료 수거함. 서울 5개 역사에 20개가 설치됐다.

◆“서울 지하철에는 음료 수거함이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역사의 청소 등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환경은 지난 2월 쓰레기 처리의 어려움과 재활용을 위해 지하철 1~4호선 5개 역사에 ‘음료 수거함’ 20개를 설치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관리상의 이유로 설치되지 않았다. 미화원들은 수거함 설치 전까지 종이나 플라스틱 컵을 일일이 세척해 분리했다.

수거함이 설치됐지만 홍보가 되지 않은 탓인지 미화원들은 음료 모으는 통을 카트에 싣고 다녔다. 또 수거함 이용자보다 모르는 이가 더 많았다. 한 시민은 “쓰레기 버릴 일이 많지 않아 음료 수거함이 설치된지 몰랐다”며 “앞으로 음료 버릴 일이 있으면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음료 수거함을 두고 다가올 여름 파리가 꼬이고 악취가 발생해 비위생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환경은 “위생관리를 위해 수시로 물청소하고, 여름 전까지 악취를 방지하는 ‘트랩’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기본 에티켓을 지켜주세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내 음식물 섭취 관련 민원 접수는 2017년 572건에서 2018년에는 1월~6월까지 접수된 민원만 574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버스의 경우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이용 만족도가 향상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2018 서울버스 만족도’ 조사 결과 버스 이용자 10명 중 9명은 ‘차내 음식물 반입금지’가 “버스 이용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데 도움된다”고 답했다. 시내버스 이용자는 91.7%, 마을버스 이용자는 93%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 관계자는 “과거 가정 내 쓰레기 분리수거 시행 때도 한동안 혼란과 불편이 일었지만, 지금은 당연한 일처럼 정착됐다”며 “대중교통의 음식물 반입 금지나 쓰레기 분리수거도 빛나는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금 불편하지만 모두가 동참하면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글 이동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