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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단골손님이 제게 1년치 연봉을 건넸습니다"

입력 : 2019-03-22 18:14:03 수정 : 2019-03-24 15: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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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만약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생의 최대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된다면, 그 기억은 아마 평생 가슴에 남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어려웠던 시절 친구에게 받았던 도움을 32년 뒤 1만배로 갚아준 남성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사연의 주인공인 순성롱(46)씨는 1987년 장아이민(56)씨에게 1000위안(한화 약 17만원)을 빌렸고, 32년 뒤 원금의 1만배인 1000만위안(한화 약 17억원)으로 갚았다.

 

이들의 깊은 우정은 최근 ‘장쑤하오런(江苏好人·장쑤성의 선한 사람)’에 선정돼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순씨와 장씨의 우정은 ‘이발소’에서 시작됐다. 순씨의 나이 14살이 되던 해인 1987년, 그는 장쑤성 쉬저우에서 친형이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샴푸 도우미’로 일했다. 당시 장씨는 이곳의 단골이었고, 순씨가 머리를 감겨주면서 친구로 발전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순씨는 저장성 원저우로 일자리를 옮겼다. 당시 출장 차 원저우에 방문한 장씨는 거리에서 우연히 순씨와 마주쳤다. 어려운 생활을 하는 순씨를 본 장씨는 선뜻 “내가 도와줄 테니 쉬저우로 돌아오라”고 제안했다.

 

며칠 뒤 순씨는 쉬저우로 돌아갔지만 친형의 이발소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실업자 신세가 된 순씨를 본 장씨는 당시 본인의 1년 연봉인 1000위안을 모두 그에게 건넸다. 순씨는 이 돈으로 새 이발소를 차렸다.

 

덕분에 순씨는 ‘이발소 사장님’이 됐지만 직원을 둘 처지가 되지 않아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이에 장씨는 순씨가 끼니를 거를까 봐 도시락을 싸다 주고, 시간이 나면 직접 밥을 지어다 주며 세심하게 챙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형제보다 더 각별한 사이로 발전했고, 순씨는 장씨에게 소소한 일상생활부터 시작해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세상에 휴대폰이 나오지 않아 연락이 자유롭지 못했던 1991년, 순씨가 군 복무를 위해 지역을 옮기면서 장씨와 서서히 연락이 끊겼다.

 

이후 1996년 순씨는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웨이터, 주방장, 노점상 등 갖은 어려운 시기를 거쳐 개인 사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장신구 도매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고, 순씨는 거부가 됐다.

 

성공한 그의 마음 속에는 늘 장씨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순씨는 2008년부터 여러 차례 스페인에서 쉬저우를 방문해 장씨를 찾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2012년 7월 다시 쉬저우를 찾아 골목마다 집집마다 장씨의 소식을 묻고 다녔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애타게 찾았지만 장씨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공안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날 드디어 현지 공안국으로부터 “장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2년, 둘은 32년 만에 눈물겨운 재회를 했다. 두 사람은 밤새도록 기나긴 회포를 풀었다. 순씨는 과거의 은혜를 잊지 않았고, 장씨에게 집을 두 채 선물하려고 했다. 그러나 장씨는 “당시 친동생으로 여기는 마음에서 했던 일”이라면서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경하게 거절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하지만 순씨는 가장 어려운 시절 아낌없이 모든 것을 베풀어줬던 장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순씨는 향후 중국의 와인 시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여기고, 쉬저우에 와이너리를 개업해 장씨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순씨는 2012년 12월 쉬저우에 1000만 위안이 넘는 규모의 와이너리를 세웠고, 장씨의 명의로 설립했다. 또 투자자 명의도 장씨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이에 은퇴 후 근근이 먹고 살아가던 장씨는 와이너리 회장이 되었다.

 

순씨의 예상대로 중국인의 와인 선호도가 높아졌고, 장씨의 성실함이 더해져 사업은 나날이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순씨는 와이너리 사업이 적자든 흑자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순씨에게 장씨는 인생의 은인이자 ‘친형’이었기 때문이다. 순씨는 매년 큰 명절이면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서 중국 쉬저우로 넘어와 ‘큰형’인 장씨와 명절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지난 1일에는 장씨가 ‘장쑤하오런’에 선정돼 쉬저우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순씨는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에서 또다시 쉬저우를 찾았다.

 

32년 전 1년 연봉을 고스란히 건넸던 장씨, 그 은혜를 32년 뒤 1만 배로 갚은 순씨.

 

이들의 감동적인 우정 이야기는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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