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19 서울 모터쇼’ 첫날. 한 기업이 성인잡지를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정만기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은 “미풍양속에 위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한 기업의 실수로 행사 첫날부터 여성 모델의 누드 화보가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에게 아무런 제재 없이 배포됐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미국 성인지를 국내에서 출판하는 미디어 기업이다. 기업은 모터쇼를 찾은 관람객에게 과월호를 무료로 나눠주는 과정에서 문제의 잡지를 포함했다. 나눠준 잡지 중에는 ‘19금 특별판’ 잡지 일부가 포함됐는데, 부스 인근에 있던 수십명의 남학생들은 이 표시를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잡지를 집어 가방 속에 넣었다.
성인지임을 확인한 기자가 학생들을 말리며 “가져가선 안 된다”고 하자 학생들은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잡지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들을 말리는 건 기자뿐이었다. 부스에 있던 직원은 이 모습을 지켜볼 뿐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직원은 되레 “수위가 높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보니 결코 학생들이 봐선 안 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업은 조직위원회의 사실 확인 과정에서 ‘15세 이상이면 봐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있어서는 안 될일”이라고 지적했다.
윤리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잡지는 성인용과 15세가 이용 가능한 두 종류로 출판 되는 건 맞지만 누드화보가 실린 특별판은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이의제기 후 문제를 파악한 운영회는 시설안전요원을 현장에 보내 잡지 배포를 금지했지만 이미 학생들이 가져 가버린 잡지는 회수하지 못했다.
성인지 배포와 관련 행사 관계자는 “관련 기업은 자동차 잡지 판촉을 위해 모터쇼에 참가 했지만 참가 목적과 다른 성인지를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며 “모터쇼는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이벤트다. 문제의 잡지는 연령제한을 떠나 모터쇼 운영 취지와 맞지 않아 배포 자체를 금지했고, 기업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행사기간 지속적인 관리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글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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