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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기운은 세상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개나리는 연분홍 진달래, 새하얀 벚꽃과 경쟁하듯 노란 꽃 자락을 늘어뜨린다. 겨우내 차갑고 적막했던 물속 세상에도 노란 물고기 황어가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는 황어는 30cm 넘게 자라는 대형 담수어이다. 날렵한 몸매에 뾰족한 입, 큼지막한 눈, 삼각형 등지느러미와 약간 파인 꼬리지느러미. 몸통을 달리는 흑색 띠, 그 사이를 채우며 주둥이에서 꼬리까지 이어지는 주홍 빛깔, 우유 같은 뽀얀 배, 지느러미에 번진 주황색이 혼인색을 완성한다. 조선 세종 때 편찬된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서 황어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경주부(慶州府)의 토산공물에 한자 黃魚(황어)가 銀口魚(은구어)와 함께 올라있다. 봄철 돋보이는 주황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임이 틀림없다.

황어는 잉어과 어류에서는 보기 드문 회유성 물고기이다. 연어처럼 하천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성장한 후, 다시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삶을 마감한다. 연어와 다르다면 낙엽 지는 가을이 아니라 꽃피는 봄날에 하천을 찾는다는 것이다. 팔뚝만 한 황어들이 구름처럼 밀려와서 알 낳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수백 마리의 황어 떼가 서로 뒤엉켜 산란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뛰게 한다.

바다에서 출발해 물 맑은 여울을 찾아 떠나는 황어의 산란 여정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다. 차갑고 거친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것은 물고기의 타고난 운명이라지만, 중간중간 뛰어넘어야 할 크고 작은 콘크리트 장벽은 버겁기 그지없다. 조선시대에도, 오백 년이 훨씬 지난 오늘도 황어는 변함없이 한반도의 봄 하천에 오른다. 다시 오백 년 아니 오천 년이 지난 후에도 그 모습 여전하길 기대한다.

김병직·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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