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씨의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 했다.
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고씨의 의붓아들 시신 사진을 본 법의학자들과 사건을 검토한 전 국과수 고위 관계자는 타살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당시 A군 사건을 검토했던 전직 국과수 고위 관계자는 “2차 부검 소견이 나온 지난 5월 17일 이후 경찰의 의뢰를 받아 분석한 결과, 타살 혐의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경찰에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씨 의붓아들 A군의 사망과 관련해 외부에 공개된 사진은 침대에 묻은 혈흔 사진 1장뿐이다. 이 사진만으로는 안방에서 잠을 자던 A군이 어떻게 질식사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A군이 사망 직후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는 A군의 뒷목과 목 아래 부분, 그리고 어깨선을 따라 멍처럼 보이는 검붉은 흔적이 넓게 퍼져 있고, 그 밑으로는 날카롭게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사진을 확인한 법의학자는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멍이 생기기 쉬운 부위가 아니다”라며 “외부에서 손으로 누른 흔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 ‘지두흔(손끝으로 누른 흔적)’이나 ‘조흔(손톱으로 긁힌 흔적)’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손이나 손가락으로 아이의 등 부분에 어떤 압력이 가해진 흔적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고 덧붙였다.
MBC가 입수한 사진 중 A군 얼굴에 새겨진 대각선 줄무늬 자국을 봐도 강한 압박의 흔적이 나온다. A군 얼굴에 새겨진 가국은 침대에 깔려있던 이불의 줄무늬 문양과 일치한다.
특히 얼굴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침대 중앙 부위와 A군의 얼굴에는 다량의 혈흔도 함께 검출됐다.
오랜 시간 강한 힘으로 눌려 코와 입이 함께 막히는 ‘비구폐색’ 질식사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있다.
10년 이상 국과수 부검의를 지낸 또 다른 법의학자는 남편 B씨의 다리가 6살인 A군의 몸을 눌러 질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박종필 연세대 법의학과 교수는 “성인 남자의 다리가 단순히 (A군 몸에) 올라가서 그거에 의해 압착성 질식사가 발생하기는 좀 어려운 거 같다”며 “다른 인위적인 외력, 즉 어떤 타살에 의해서 이런 압착성 질식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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