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사건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김 전 차관은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차관의 첫 정식 재판을 열고 검찰과 김 전 차관 측으로부터 공소사실 요지와 혐의 인정 여부 등 의견을 들었다. 김 전 차관은 수의 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었지만, 턱수염은 덥수룩하게 기른 채 출정했다. 김 전 차관은 이름과 직업, 주거지 등을 묻는 인정신문 과정에서 짧게 대답했을 뿐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변호인이 나서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법원에서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도 2017년 말 설치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같은 사건으로 다시 조사받고 수사권고에 따라 이 사건 뇌물죄로 기소됐다”며 “변호인 생각에는 공소권 남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검찰은 특별수사단을 꾸린 후 피고인을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려고 애초 문제 삼았던 강간 혐의와 별개로 신상털기식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생뚱맞게도 뇌물죄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쟁점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아 챙긴 사건을 하나로 합쳐 ‘포괄일죄’로 볼 수 있는지다. 김 전 차관은 100만∼2500만원대 금품을 나눠서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때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는 점을 고려해 김 전 차관의 여러 혐의를 하나로 묶어 기소했다.
김 전 차관 측은 포괄일죄는 물론 뇌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씨 등이 단지 친분으로 현직 검사였던 김 전 차관에게 향응 등을 제공한 것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연관성’과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없었다는 게 김 전 차관 측 주장이다. 아울러 김 전 차관 측은 검찰 측 증거가 부실하다며 그 밖의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쟁점을 두고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이 인정만 되면 충분히 뇌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액수 산정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특가법으로 보기 어렵다면 그냥 형법상 뇌물수수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무법인 더쌤 김광삼 대표변호사는 “포괄일죄 여부에 따라 공소시효 완성 여부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라도 무죄가 되거나 전체 금액에서 1억원이 미달한다면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배민영·유지혜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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