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조 장관 임명 강행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했지만, 일각에선 “조 장관이 명운을 걸고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양상이다.
대학원생 김모(32)씨는 “진보 언론까지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에 비판적인 기사를 쓸 정도로 이미 국민 대부분은 조 장관의 위선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임명을 강행하는 걸 보니,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할 줄 모르는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 정부가 전 정권하고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나라가 자멸할까 걱정이다. 촛불을 들고 나가야 한다”고 분개했다.
고등학교 교사 임모(34)씨도 “조 장관 임명 문제는 진영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부인이 피의자 신분이고 본인도 지금 수사대상에 있는 준피의자 신분인데 다른 부서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수 있느냐”며 “청문회를 봤는데 다른 사실관계를 떠나서 가족관계증명서도 끝까지 안 냈다. 그것만 봐도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수준을 알 수 있다. 입만 평등, 공정, 정의지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 딸의 부정입학 의혹이 일었던 고려대 졸업생 김모(26)씨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20대와 30대 청년층을 무시하는 걸 방증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딸 입시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결국 임명하는 걸 보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조 장관 임명을 비판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국민과의 전쟁 선포’란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개, 돼지로 알고 밀어붙였다”며 “가면을 벗고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크로 광장에서 ‘제3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총학생회가 관련 촛불집회를 여는 건 지난달 28일 2차 집회 이후 두 번째다.
일부 시민은 조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기득권 금수저라는 점 때문에 국민 감정이 안 좋은 건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민 염원이었던 검찰 개혁을 더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로 증명하면 좋겠다”며 “이번에 검찰이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압수수색을 하고 청문회 직전 기소를 하는 걸 보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전모(33)씨도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만 임명된 이상 가시적 성과로 임명의 정당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이미 임명이 된 상황에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구심이 들고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장관이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조 후보자는 최근 의혹으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검찰 수사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정치적 부담은 문재인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조 후보자는 자녀 문제와 재산형성 문제 등에서 여러 흠결을 드러냈다”면서 “다른 장관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 본인과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미 임명된 이상 ‘찬반’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현재 수사 선상에 있는데도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만큼 청와대는 명운을 걸고 검찰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환·김청윤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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