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십자군 원정대 물리친 '살라딘의 요새'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관련이슈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입력 : 2019-10-04 06:00:00 수정 : 2019-10-02 20:08: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⑫ 카이로 살라 엘딘 시타델

이른 아침 산책은 붐비는 낮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 도시 민낯을 보기 위해 호텔 로비를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들, 길가에서 아침식사 거리를 파는 상인들, 그 주변으로 앉아 있는 동네 어르신들과 맴도는 닭들이 인도 한편을 자치하고 있다. 차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어슬렁거리는 개들도 몸짓이 느긋하다.

낯선 길이라 호텔 주변만을 가볍게 돌아보고 본격적인 카이로 여행을 위해 지도를 펼쳐본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을 둘러보고 카이로에 들어온 터라 이슬람과 콥트교를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한다. 오늘날 이집트 인구의 90%는 이슬람교도이고, 10%는 기독교도다.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수니파고, 기독교도는 이집트의 전통 기독교인 콥트교에 속해있다. 이집트의 정신적 기반은 이슬람 이집트와 콥트 이집트 그리고 유대교 이집트로 나뉜다고 한다. 유대인의 경우 20세기 초에는 최대 8만여 명에 달했다고 하나,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지금은 유대교 유적들을 중심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의 이슬람 문명은 파티미드와 아유비드 왕조 등 초기 왕조를 거쳐, 1250년 맘루크 족의 군사 카스트가 집권하면서 이슬람 강국으로 일어섰다. 이슬람 왕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었다. 1798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원정대는 피라미드 전투에서 맘루크를 쓰러트린다. 넬슨 제독의 함대에게 패배하는 등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은 군사적으로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원정은 이집트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물론 수천년 이집트의 신비를 풀어낸 로제타석도 이때 프랑스에 빼앗긴 것이다.

그 후 이슬람 이집트는 현대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며 화려했던 문화는 이슬람 지구의 수많은 유적으로 남아있다. 알무스 알딘 거리, 엘아자르 거리, 다르브 알아흐마르 거리, 엘살리바 거리, 살라 아딘 광장 등에는 수많은 모스크와 이슬람 문화를 고스란히 접해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곳은 이집트 이슬람문화의 중심인 살라 엘딘 시타델이다. 시타델은 시내 중심부를 지키기 위해 도시 안에 세운 성으로, 살라 엘딘 시타델은 십자군전쟁으로부터 이집트를 지키기 위한 용도로 12세기에 세워졌다. 카이로 중심부인 타흐리르(Tahrir) 광장에서 남동쪽으로 2.5㎞ 거리의 무깟탐(Muqattam) 언덕에 있는 시타델은 1860년대에 압딘 궁전으로 정부가 이전되기까지 이집트 정치의 중심지였다.

이집트 이슬람문화의 중심인 살라 엘딘 시타델. 시타델은 시내 중심부를 지키기 위해 도시 안에 세운 성으로, 살라 엘딘 시타델은 십자군전쟁으로부터 이집트를 지키기 위한 용도로 12세기에 세워졌다. 카이로 중심부인 타흐리르(Tahrir) 광장에서 남동쪽으로 2.5km 거리의 무깟탐(Muqattam) 언덕에 있는 시타델은 1860년대에 압딘 궁전으로 정부가 이전되기까지 이집트 정치의 중심지였다.

살라 엘딘 시타델에 도착하자마자 몰려드는 어린아이들로 정신이 없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의 모습이 신기한 이방인으로 비쳐는지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를 청한다. 학생 관람객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요새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대한 대문간, 탑, 높은 방어벽을 갖춘 전형적인 중세 초기의 요새는 웅장한 모습으로 카이로 안에 또 다른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성곽 내부에는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연필 모양으로 생긴 높은 2개의 첨탑과 거대한 돔이 있는 독특한 형태의 모스크는 19세기에 이스탄불의 모스크를 본떠 만든 것으로, 이집트에서도 이곳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라고 한다.

이집트 인구의 10%인 콥트교. 기독교 신자 대부분은 이집트의 전통적 기독교인 콥트교에 속한다고 한다. 이집트 정신적 기반은 이슬람 이집트와 콥트 이집트 그리고 유대교 이집트로 나뉜다고 한다.

붐비는 관광객 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평온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알아자르 공원으로 향했다. 푸른 조경 정원을 거닐다 보니 금세 에너지가 채워지는 듯하다. 귀중한 역사를 품고 있는 이 공원은 800여 년 전 살라딘(살라 엘딘)에 의해 새로 세워진 아유비드 왕조의 본거지였다. 영화 킹덤 오브 해븐으로 유명한 살라딘은 카이로에 수도를 정하고 아유비드 왕조를 세운 후 십자군 원정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했으며 뛰어난 정치력과 군사적 역량으로 십자군에게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즐기며 도시의 경관을 감상한다. 시타델에서 내려 보는 경관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같은 카이로라 하기에 낯설 정도로 평화롭다.

카이로 타워. 카이로 타워는 187m로 이집트 전경을 둘러볼 수 있다.

평화로운 카이로의 오후를 즐기며 오래전 치열했을 기독교와 이슬람의 전투를 생각해 본다. 평화로운 풍경과 일상의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종교 간의 오랜 갈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