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비공개 소환 조사 이후 진술조서에 날인하지 않은 의도를 놓고 시간 끌기로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휴일 비공개 소환은 물론이거니와 혐의점이 여러 가지인데도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비교적 일찍 마치고 귀가한 것을 놓고도 통상적 피의자와는 다른 ‘특별대우’를 받은 것이라는 쓴소리가 많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공휴일인 3일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비공개 방식으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진술조서에 날인도 하지 않고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조기 귀가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조사를 받은 정 교수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오후 5시쯤 귀가했다. 귀가 직전 1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진 점, 1시간 30여분 동안의 점심식사 시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조사가 이뤄진 시간은 5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당일 조사를 받은 피의자는 조서 내용을 검토하고 확인했다는 의미로 서명을 한다. 정 교수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 혐의 대부분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인이 없는 조서는 피의자 진술만 기재된 서류에 불과해 조서로서 실질적 진정성립이 이뤄지지 않아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정 교수가 서명하지 않은 데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처럼 정 교수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추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되거나 재판에서 형량에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죄질이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서에 날인이 없으면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지만, 대신 영상녹화나 조사자 증언을 통해 진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루된 혐의 대부분을 전면 부인한 피의자가 조사를 중단한 뒤 자신의 진술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고 귀가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검찰로서는 긴급체포를 하지 않는 이상 귀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 교수의 검찰 수사에 임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놓고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 가운데 몸 상태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조사를 중단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라며 “법무장관 부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졌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직 법무장관 부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년 전인 1999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 당시 김태정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씨도 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눈을 피해 비공개로 소환되는 특혜를 제공받은 적이 있다. 당시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가 아닌 대검찰청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특혜를 누렸던 연씨도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웅동학원 비리와 관련해 조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장관 직계가족을 상대로 한 첫 구속영장 청구다. 조씨는 웅동학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 학교법인 관계자들과 위장 소송을 벌였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배임수재)를 받는 박모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다른 돈 전달책 조모씨에게는 지난 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조 장관은 검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대검 신임 사무국장에 복두규(55) 현 서울고검 사무국장이 임명돼 5일 부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천한 인사는 탈락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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