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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미세먼지 인식 개선 시급… 경유차 덜 타는 구조로 바꿔야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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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3 06:00:00 수정 : 2019-12-04 0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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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금 투입 갈수록 늘어… 지속 가능한 해법은 / 노후경유차 1대 먼지량=휘발유車 100여대 / 300만~1000만원짜리 DPF 정부서 비용 대 / 14년간 8000억 쏟아… 3년간 무상 청소도 / 오염자 부담원칙 허물고 보조금 혜택만 / 미세먼지 예산 수송부문 1조5700억 달해 / 日 DPF 비용 50% 지원… 유럽선 자기부담 / 전문가 “경유세 인상 등 세제개편은 기본 / 운행제한 등 페널티 강화도 병행해야”
지난달 25일 경기도 군포시 외곽. 14.5t 덩치를 자랑하는 윙바디(짐칸 옆문이 날개처럼 열리는 차량)가 4차로 도로를 따라 도열한 물류센터를 지나 매연저감장치(DPF) 통합클리닝센터로 들어왔다. 차주 A씨는 “1년 전에 중고로 산 2004년식 화물차”라고 했다.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으로 지탄받는 노후경유차, 그중에서도 주범 격인 노후 화물차다. A씨는 화물차 아래 달린 DPF 클리닝을 받기 위해 이날 업소를 찾았다. DPF는 유로3 노후 경유차의 매연을 걸러내는 필터다. 에어컨·공기청정기 필터와 마찬가지로 DPF도 주기적으로 필터 청소가 필요하다.

 

권장 주기는 10개월 혹은 10만㎞. A씨는 “차를 샀을 때부터 DPF가 달려 있었는데, 차 산 지 1년 정도 돼 클리닝받으러 왔다”고 했다.

 

DPF를 차체에서 떼어내기 전 배진영 센터장이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자 평균 매연 측정값 9%라는 값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필터의 9%가 매연에 가렸다는 의미다.

화물차 매연저감장치(DPF) 클리닝 전과 후.

배 센터장은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며 “심한 경우 40%가 찍히는 차도 있다”고 했다.

 

클리닝은 필터에 걸린 먼지를 최고 800도의 ‘불가마’에서 태우는 작업이다. 그러면 재가 또 한 번 타고 남은, 말하자면 ‘재의 재’가 남는다. 이걸 털어내면 필터는 다시 말끔해진다. 연탄 같던 A씨의 DPF는 2시간 작업 끝에 필터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차에 장착 후 측정한 매연 값은 0.0%로 낮아졌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부각되기 훨씬 이전인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DPF 부착 사업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왔다. 올해는 추경이 크게 늘어 140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3년간 DPF를 무상으로 청소할 비용까지 들어가 있다. 3년이 지나도 예산에 여유가 있으면 무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A씨도 이날 무상으로 클리닝을 받았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신형 화물차 수백대분 오염물질 내뿜는 노후경유차

 

수송부문은 미세먼지 대책 예산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올해 기준으로 산업부문이 2200억원, 생활부문이 2500억원 정도인데 수송부문은 1조5700억원으로 무려 ‘조 단위’가 투입됐다. 그중 상당수는 경유차를 겨냥한다.

 

세계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 의뢰해 노후경유차 2종(2004년식 화물차와 2003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의 미세먼지 발생량을 지난해 출고된 휘발유차와 비교해봤다. 자동차 뒤에서 시커멓게 나오는 연기인 입자상물질의 경우 화물차는 660배, SUV는 480배 휘발유차보다 더 나왔다.

경유차 미세먼지는 눈에 안 보이는 가스로도 만들어진다. 경유차가 지나갈 때 나는 특유의 냄새는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때문인데, 둘 다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기 중에서 암모니아 등과 만나 미세먼지가 된다. 이런 2차 생성분까지 다 따져보면, 휘발유차는 1㎞ 달릴 때 0.001g의 먼지를 만들어낸 데 비해 화물차는 0.166g, SUV는 0.152g의 먼지를 뿜었다. 노후 경유차 1대가 휘발유차 백수십대와 맞먹는 셈이다.

 

경유차가 ‘도심 미세먼지의 주적’으로 통하면서 수송부문 예산은 올해 추경을 거쳐 2배로 불어났다. 노후경유차 DPF 부착(6배 증가), 노후 건설기계 엔진 교체(9배), 노후경유차 조기폐차(3배)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2만여대였던 DPF 보급 대수가 올해는 지난달 15일 현재 4만4500대까지 늘었다. 노후경유차 조기폐차도 지난해 12만대에서 올해는 목표치(40만대)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금으로 차량 먼지 저감… 지속가능할까?

 

문제는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어 끌고가는 이런 대책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장은 “환경 문제에서는 원인자(오염자) 부담 원칙을 강조한다. 특히 차 안에서 배출가스를 뿜고 다니는 건 심하게 말해 ‘간접살인’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원인자의 책무를 강화하기보단 지나치게 재정지원 중심으로 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수송부문 지원은 외국에 비해 파격적이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대당 최고 900만원을 국고로 지원하는데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수백만원 더 많다. 그동안 경유차에 올인했던 독일은 뒤늦게 4000유로(약 520만원)에서 6000유로로 전기차 구매보조금 파격 인상을 결정했는데, 여전히 우리보다는 적다.

DPF도 마찬가지다. DPF는 차량 크기에 따라 300만∼1000만원 정도인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90%를 대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십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DPF 무상 클리닝도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는 사업이다. 또 DPF를 달면, 자동차 종합검사 중 배출가스 검사와 환경개선부담금을 3년간 면제해준다. 서울시 혼잡통행료 50% 감면 혜택도 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12∼3월 운행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대표는 “DPF 부착 예산의 경우 일본은 50% 지원, 유럽은 자부담 원칙이다. 그리고 부착 후 관리는 철저히 운전자 몫이다. 배출량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필터 관리도 스스로 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왜 나머지 10%는 안 해주느냐’, ‘필터를 달면 차가 안 나간다’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보조금만 동력으로 삼아서는 모든 구멍을 막을 수 없다. DPF를 달아도 질소산화물은 거를 수 없고, 유로 4·5 이후 차량은 차주가 필터를 제때 청소하는지, 요소수는 제대로 넣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은 아니지만, 차주 스스로의 인식 개선과 책임감 강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또다시 막대한 예산과 보조금에 기댈 공산이 크다.

 

근본적으로 경유차를 ‘덜 매력 있게’ 만드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에너지 및 전력 부문 세제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경유세 인상 등) 수송 에너지 세제 개편은 기본이다. 이를 외면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여기에 운행제한 등 페널티를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군포=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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