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햇살을 따라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자리를 잡는다. 푸른 지중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지중해 경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자연이 만든 테라스’라고 불리는 타오르미나의 아침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투명한 바다, 뜨거운 태양이 어우러져 마치 지중해에 자리 잡은 열대의 섬 같다. 이른 아침 피부에 내려앉은 공기는 쌀쌀하지만 뒤따라 불어오는 바람에는 지중해 바다 향과 꽃 내음이 실려 있다. 이곳에서 바다가 아름다웠던 영화 ‘그랑 블루’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오래전 영화이지만 창문 넘어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보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아름다운 바다가 오버랩되는 듯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호텔 앞 카타니아 문을 지나 광장으로 향한다. 어젯밤 관광객들로 붐비던 길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그저 조용하다. 타오르미나는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하다. 휴식을 즐기며 삶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관광객들로 일년 내내 붐비는 곳이다. 늦은 밤까지 시끌벅적하던 광장에서 언덕 아래 바다 위로 펼쳐진 멋진 경치를 바라본다. 뺨을 스치는 지중해 향긋한 꽃향기가 산책길을 따라 그리스 극장까지 함께한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고대 그리스 극장은 로마인들이 도시를 점령한 후 검투사 대결을 치르기 위해 기원전 3세기에 지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그리스 설계를 따라 지어진 극장은 보존이 매우 잘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면 열주 너머로 이오니아해와 에트나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과거에는 검투사들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지만 현재는 각종 공연과 영화제 등이 열린다. 다양한 주제의 음악회와 발레 공연뿐 아니라 유명한 해외 음악가들의 공연도 이곳을 이용한다고 한다. 비록 공연이 펼쳐지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관람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웠다.

에트나화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그리스 고대극장을 떠나 오래된 고대도시 시라쿠사로 향한다. 고대 그리스가 세운 시칠리아 최초 식민도시 시라쿠사는 그리스의 오랜 유적들과 더불어 저명한 수학자와 공학자 아르키메데스 출생지로 유명하다. 기원전 8세기쯤 그리스 정착민들이 식민화한 시라쿠사는 본토와 세 개의 다리로 연결된 오르티지아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위대한 역사적 회고록 온상인 본토에서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눈앞에 수천년 전의 시간이 펼쳐지는 듯하다. 그리스 극장에는 바위에 파인 서사시가 고대유물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관객이 동원되는 연극 공연 무대로 손색없는 장소인 공간에서 시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멀지 않은 장소에서 특정한 음향 효과 때문에 카라바조가 ‘디오니시우스의 귀’라고 이름 붙인 석회암 동굴을 발견할 수 있다. 관광객들과 함께 소리 울림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본다. 길을 되돌아 나오면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 주위로 히에로 2세 제단과 로마 원형 극장 등 시라쿠사의 멋진 유적 물을 볼 수 있다. 지중해의 매혹적인 역사는 이렇듯 오래된 마을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짧은 다리 몇 개로 간신히 시라쿠사와 연결되어 있는 오르티지아섬. 바다와 하늘 사이에 앉아 있는 박물관이다. 섬은 흐르는 시간과 무관하게 멈춰 있는 도시 같다. 오르티지아의 광장, 거리를 따라 스와비안 시대 잔재인 장엄한 마니아스 성까지 이른다. 섬의 극점인 이곳은 들어오는 해상 교통을 조사하기에 이상적인 위치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가장 매혹적인 장소 중 하나인 아레투사 분수로 향한다. 나일강의 대표적인 식물이며 이탈리아에서는 상당히 희귀한 식물인 녹색 파피루스가 눈에 띈다. 카타니아 지방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파피루스가 성장한다고 한다. 한적한 주위는 오직 나뭇잎의 속삭임과 물거품 소리만이 새들의 소리를 더욱 선명하게 돋운다. 한참 동안 이곳에서 고요함을 즐기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재발견한다. 해변, 바위, 투명한 바다, 그리고 쾌적함이 이 지역 자연 유산인 듯하다.

하루 여행을 완성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식당으로 들어선다. 시칠리아와 바다의 강한 유대감은 셰프의 추천 요리에서 알 수 있었다. 황새치 요리와 시라쿠사 스타일인 양파 넣은 생선수프를 먹어보기로 했다. 시칠리아 디저트 아이스크림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하루를 정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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