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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의 씁쓸한 단면… 유행어 된 ‘손절’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08 18:32:37 수정 : 2020-03-08 18: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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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끊는다는 뜻… ‘사회적 거리 두기’와도 일맥상통

“지금 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

 

지난 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 소속 A씨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글 일부다. 처음에는 ‘손절’이란 낯선 단어 때문에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고, ‘손절(損切)’이라고 친절하게 한자를 병기한 기사를 접하며 그저 일상에서 잘 안 쓰는 한자어인가보다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절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흔히 쓰이는 경제용어다.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을 뜻한다.

 

그런데 A씨가 쓴 손절은 뜻이 조금 다르다. 경제용어 손절에서 파생한 것이긴 하지만 ‘관계를 끊는다’, 즉 단절의 의미가 강하다. 네이버 오픈 국어사전에 의하면 이런 맥락에서 사용되는 손절은 “노력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일 경우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라고 돼 있다.

 

A씨가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고 적은 것도 이런 취지다. 그는 ‘정치 코로나 사건 덕분에 문재인에 대한 신뢰가 강해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며 “어차피 대구·경북은 미래통합당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구를 ‘포기’하고 대구와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다.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일자 민주당 청년위원회는 지난 6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A씨를 보직 해임했다.

 

씁쓸한 얘기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손절이란 말이 유난히 더 널리 쓰이는 느낌이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대책 자체가 손절이 뜻하는 관계 단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일례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국인이 많이 찾는 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인에 입국금지 또는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것을 ‘손절’이라고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터키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 소식을 보도하는 기사에 ‘형제의 나라, 터키도 한국 손절했다’라는 제목을 단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전 세계에 한국을 손절한 나라만 103개국에 이른다.

 

얼마 전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이뤄진 예배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신천지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신천지 기존 교인들 중에서 교회 이탈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를 보도하며 일부 언론은 ‘신천지 손절이 잇따르고 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유명 인사가 자신의 글에 ‘손절’을 쓴 경우로 지난해 12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SNS에 올린 글을 둘 수 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가리켜 “여권의 ‘대선 카드’로서 효용성을 잃었다”며 “공수처법 통과 후에는 여권으로부터 손절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 눈길을 끌었다. 여권이 조 전 장관과의 관계를 끊고 사실상 ‘포기’할 것이란 의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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