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적인 전자제품박람회로 손꼽히는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단연 관중을 사로잡았던 전시관은 하늘을 나는 도심공중모빌리티(UAM), 즉 하늘을 나는 플라잉 택시를 선보였던 한국의 현대차 전시관이었다. 플라잉 택시는 전기자율주행차와 함께 2030년쯤에는 도심교통체계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바꿀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선보인 차세대 플라잉 택시가 ‘우버’의 기술과 현대차의 생산제조능력이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6일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공유차량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미 미국의 우버는 공유차량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등 한 차원 높은 혁신을 하고 있었다. 한국이 규제에 막혀 공유차량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사이 우버는 이미 비싸지는 주차비, 과밀해지는 도심을 염두에 둔 새로운 차세대 모빌리티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는 2009년에 창업해 현재 시가총액이 50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 유니콘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같은 해에 창업한 싱가포르의 공유차량 ‘그랩’도 시가총액이 140억달러에 달하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랩은 최근 그랩파이낸셜이라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결제, 대출, 보험, 카드 등 금융산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공유차량회사들은 단순한 공유차량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라는 차원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고, 심지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금융에도 진출하는 테크핀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추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식 규제로 공유차량산업이 질식되고 있다. 2013년 출범했던 우버가 검찰의 기소로 2015년 3월에 서비스가 종료되었고, 2018년 12월 시범실시되었던 카카오 카풀서비스도 2019년 1월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러한 규제를 피해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지난 1월부터 베트남에서 시작했다. 2019년 10월에는 타다가 기소되었는데 지난 2월 29일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으나 급기야 지난 6일 타다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때에는 △관광목적으로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거나 △대여 또는 반납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의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시내의 타다 서비스가 중단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25만명 택시노동조합원을 고려해 법을 제안한 여당은 물론 야당도 강력히 반대하지 못한 결과다. 이 결과 170만명이 사용하던 사용자편익도 사라지고 1만2000명의 타다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국은 혁신이라는 본질에는 눈감고 표 계산에 눈먼 ‘근시안 정치’로 인해 혁신은 힘든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영국 의회는 1865년 시대착오적 규제인 ‘적기조례법’을 제정했다. 당시 새로 발명되었던 자동차가 마차보다 느리게 다니도록 한 규제였다. 당시 증기자동차는 시속 30마일, 당시로서는 ‘꿈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적기조례법에 따라 운전자는 교외에서 시속 4마일, 시내에서 2마일로 달려야 했다. 속도 제한을 위해 기수 한 명이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 앞에서 달리도록 했다. 마부들의 일자리 보호가 목적이었다. 이해관계자의 이익 때문에 혁신이 저해되었던 이 우스꽝스러운 법으로 인해 영국은 자동차를 먼저 발명하고도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에 빼앗겼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나오는 변화다. 규제나 기득권 저항으로 혁신을 거부하면 낙오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혁신의 시대다. 혁신하지 않고 과거 방식 고집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없다. 규제나 기득권 저항, 표만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정치로 혁신에 낙후되어 후진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18세기 산업혁명에 뒤진 국가들은 20세기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했음은 물론 피식민지의 고난도 겪었다. 타다 금지법 등 반혁신적인 법안들은 조속히 철폐되어야 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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