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박사방’ 등 국내에서 최근 텔레그램을 통한 어린 여성 대상 성 착취 범죄가 관련 국민청원 4건에 420만명이 동참하는 등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관련 범죄 처벌 수위가 훨씬 더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콘텐츠 소유만 해도 5년, 관여 정도에 따라 수십년형도 내려진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미성년자 성 착취 물에 관여한 이들을 가차 없이 중범죄자로 처벌하고 있다. 제작부터 소비까지 가담 행위의 종류를 불문하고 엄중히 다룬다. 그만큼 무관용 법칙이 자리잡힌 모습이다.
물론 한국에서 터진 이번 사태처럼 단체 채팅방 하나에 수천∼수만명이 들어와 어린 여성들이 성 착취 당하는 모습을 유료 서비스로 감상하고, 이 같은 방이 조직적으로 운영된 수준의 사건은 아직 해외에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에 미치지 않는 사건들에도 해외는 이미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23일 영국 검찰에 따르면 버밍엄에 사는 콜린 다이크(77)라는 남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리핀 아동들에게 성 착취를 일삼은 공소사실이 인정돼 지난달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다이크에게 적용된 혐의는 피해자들에게 성범죄 사주 및 조장 6건, 아동 성행위 영상을 보려고 돈을 지불한 혐의 4건, 아동에게 성행위를 시키거나 부추긴 혐의 4건이다.
영국 수사당국은 다이크의 휴대전화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 관련 사진 49장, 이들과 성적인 대화를 하는 데 사용한 SNS 계정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영국은 1978년 제정한 어린이 보호법에 따라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설사진이나 그에 준하는 영상을 만드는 데 개입하면 모두 처벌한다. 촬영자와 유포자, 소유자, 공개하거나 공개하도록 한 사람, 광고한 사람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미성년자 성착취 콘텐츠를 단순히 소유하기만 해도 체포 대상이 되며 최대 5년형에 처할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다.
영국에서 중범죄·조직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범죄수사국(NCA)은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모든 형태의 어린이 성 학대와 성 착취를 추적하겠다고 법 집행 원칙을 밝혔다.
NCA는 “어린이와 접촉한 이들, 어린이들의 외설 영상을 제작하거나 공유하거나 시청한 이들, 어린이들을 온라인에서 꾀거나 협박한 이들,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한 이들이 표적”이라고 설명한다.
유럽연합(EU)도 어린이 성착취물을 잔혹한 범죄이자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한다.
미국은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이 유럽 이상으로 강력하다. 연방 법률인 ‘아동 포르노 법’에 따르면 사진, 동영상 등으로 18세 미만의 포르노물을 제작, 배포, 수령, 소유한 사람뿐 아니라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아동 포르노물임을 알고도 소유할 경우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미성년자가 성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설득한 이들은 다른 연방 법률인 ‘어린이 성 착취 방지법’에 따라 훨씬 더 무겁게 처벌된다. 의무적으로 최소 15년형이 선고되며 죄질에 따라 형량이 최대 30년까지 가중될 수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